▲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역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성호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내세운 녹색당 신지예 후보가 1.7%의 득표율(8만2874표)로 4위를 기록했다. 박원순, 김문수, 안철수 후보 다음으로 원내정당인 정의당의 김종민 후보(1.6%)를 앞섰다. 0.5% 이하 득표율을 기록한 다른 소수 원외정당 후보들과 비교해서도 압도적으로 좋은 성적이다.
물론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과반 득표율로 당선한 상황에서 1.7%는 아주 미미한 수치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신지예'의 존재는 숫자로만 설명할 수 없는 중요한 의미들을 남기며 우리에게 '페미니즘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재 정치판'에 뛰어든 20대 여성 정치인'지방선거 여성잔혹사'는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반복됐다. 당선자 중 여성 광역단체장은 한 명도 없고, 여성 기초단체장은 8명으로 그마저도 지난 2014년 지방선거(9명)에 비해 감소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이 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자 수 자체가 매우 적었다.
광역단체장 후보 71명 중 여성은 총 6명으로 8.5%에 불과했고, 기초단체장 후보 226명 중에서는 조금 더 많은 35명의 여성 후보가 출마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광역단체장에 여성 후보를 단 한 명도 공천하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지만, 역대 첫 여성 광역단체장이 나올 수 없었던 이유다.
이렇게 여성 후보가 부재한 가운데, 신지예 후보는 광역단체장 중에서도 가장 중심에 있는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했다. 40, 40대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정치의 영역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저는 당신이 운전도 못 하고 애도 안 키워본 여자가 무슨 정치하냐고 할 때, 1종 보통 면허에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고 있다고, 근데 그게 정치랑 무슨 상관이냐고 당당하게 받아칠 그 사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밥상 한 번 안 차려 본 당신의 그 꼰대 정치를 뒤엎으러 나왔다, 이렇게 똑바로 이야기 할 바로 그 젊은 여자입니다." - 신지예 후보 출마선언 영상 중 우리는 신지예 후보를 통해 '기성 정치인'에 대한 틀을 깨고, 다양한 모습의 정치인을 상상할 수 있게 됐다. '젊은 여성'도, 나아가 우리 사회의 평범한 누구나가 정치인이 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것, 소외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페미니즘 이슈를 정치적 의제로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