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4년 5월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들은 기억한다. 이른바 '박근혜의 눈물'을. 세월호 참사 한 달이 넘어서야 나온 대국민담화 발표 당시 흐르던 그 기이한 눈물을. 누구는 '악어의 눈물'이라고 했고, 누구는 눈을 깜빡이지도 못하는 이유가 안약 때문이라고 했던가. 어쨌든 진정성은커녕 '발연기'로 보였던 그 이상하게 기분 나빴던 장면도 역시나 기무사의 '제언' 시점과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 대국민 담화간 PI(프레지던트 이미지) 제고방안 제언.
○ 세월호 사고 이후 VIP의 사과와 위로에도 불구, 정부 지지율 하락
- 일각, '국민 감성에 호소하는 대통령님의 진정성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여론.
○ 과거 민심을 추스리고 국론을 결집시켰던 국내외 PI 재고사례 참고. 대국민 담화시 감성적인 모습 시현 필요.
- 이명박 전 대통령, 천안함 희생장병 추모 연설간 희생자 이름을 일일이 호명
- 오바마 대통령, 애리조나 총기난사 추모 연설간 '51초 침묵'으로 감성에 호소.
역시나 기무사의 '세월호 관련 조치동정'에 등장하는 청와대를 위한 제언이다. KBS는 실제로 이 문건의 작성일 닷새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눈물을 흘린 담화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기무사는 "생존자 가운데 고아가 된 5살 어린이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면 여성 대통령으로서 모성애 이미지를 제고할 것"이라는 보고도 곁들였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위기에 빠진 대통령 박근혜를 위해 수장을 제언하고, 이미지 제고 방안을 친절하게 제시한 기무사. 이들은 인양 반대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인양비용 최소 2천억 원, 인양 기간만 6개월이 든다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했다.
기무사는 이렇게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전문가 인터뷰 등 각종 여론전을 획책했다. 대통령 박근혜를 위한 기무사의 이러한 직무범위를 넘어선 특수활동은 세월호 참사 직후 여론전을 위해 국정원 등 각 정보기관이 기민하게 움직였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세월호 참사 불과 두 달 뒤에 작성된 이 문건은 대통령이 독자로 돼 있는 맞춤형 보고서입니다. 문제는 그 내용인데 세월호 참사를 '여객선 사고'라고 칭하면서 "여객선 사고를 빌미로 한 투쟁을 제어해야 한다"고 돼 있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국정원이 작성한 뒤 민정수석실을 통해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대하던 태도가 여기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2016년 11월 16일 <뉴스룸> 손석희 앵커)
국정농단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016년 11월, JTBC <뉴스룸>이 단독 입수했다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세월호 대응 문건. 당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유족 측이 가지고 있던 이 문건에는 세월호 참사를 '여객선 사고'로 적시해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국정원이 작성하고 민정수석실이 검토했을 이 문건 역시 대통령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의 '안전'한 권력 유지용이었다.
그렇게 대통령 박근혜와 그의 기관들은 세월호 참사를 '여객선 사고'라 불렀고, 수장시키자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대통령은 군 정보기관의 권고에 따라 '이미지 전략'을 세운 채 누가 봐도 어색한 눈물을 흘렸다. 비극은 이에 동조하고 동원된 이들이 차고 넘친다는 것이리라.
누가 공범인가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겁니다."'수장'과 다를 바 없는 논리다. 세월호 1주기를 앞뒀던 2015년 4월, 당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이렇게 세월호 인양을 반대하며 이런 논리를 폈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고 줄곧 주장했던 그는 "첫째, 원형보존 인양이 어렵다", "둘째, 비용이 많이 든다. 최소 1천억 원 이상 소요될 것", "셋째, 인양 시 추가 희생이 우려된다"는 논리를 굽히지 않았다. 인용비용에 대해 "국민혈세" 운운하며 "국민적 합의"를 거론하기도 했다.
무섭지 아니한가. 이미 이런 논리가 세월호 참사 두 달여 만에 기무사를 통해 완성돼 있었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 정보기관이 이미 만들어 놓은 논리대로 당시 여당이었던 국회의원들은 "세월호는 기본적으로 교통사고"(주호영 의원)라거나 "일종의 해상교통사고"(홍문종 의원)라는 막말을 쏟아냈다.
적지 않은 공직자와 종교인, 언론인, 교수들이 이에 동참했으며, 거리엔 어버이연합과 일베 회원들이 관제데모를 벌이고 '폭식투쟁'을 벌였던 것이다. 정권 차원의 '세월호 두 번 죽이기'에 국민 세금이 쓰였다고 볼 수 있다. 전경련을 위시한 기업의 돈은 길거리 관제데모를 위해 뿌려졌고, 여론은 혼탁해졌다. 그렇게 세월호 유족들을 욕보이고, 한국사회를 망가뜨린 것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이었던 셈이다.
세월호와 촛불, 박근혜 정권이 가장 두려워했던 두 가지라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모두 관여한 군 기무사 문건 내용은 제대로 들여다 볼 생각도 않은 채 문재인 정권의 '적폐놀이'라거나 '문건 유출 배경' 운운하는 이들은 대통령 박근혜의 공범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의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을 포함, 기무사나 국정원 문건 속 보고 내용과 일치하는 주장을 폈던 이들 말이다.
12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기무사의 전면 개혁이나 폐지를 원하는 국민이 10명 중 8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수장'까지 거론하며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적 슬픔과 분노를 어떻게든 막으려고 동분서주했고, 심지어 촛불시위를 두려워하며 '박근혜 친위 쿠데타'를 획책했던, 대통령 박근혜를 위해 존재했던 박근혜 정부 시절 기무사의 행적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문재인 대통령의 기무사 긴급 조사 지시를 뒤흔드는 세력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누가 '박근혜(와 이명박)의 공범'인지를 가르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이요, 심지어 '수장'까지 거론했던 이전 권력의 꼭두각시 정보기관들의 '활동'을 반복하지 않는 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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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수장' 제안한 기무사, '박근혜의 눈물'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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