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신도시 2016년 9월 당시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강남권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위례신도시는 새 아파트 입주가 한창 진행되면서 그해 한 해 13.1% 상승하며 지역별 아파트값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사진은 2016년 하반기 입주와 공사 마무리가 한창인 위례신도시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친구 여동생은 수년 전 대출을 받아 신도시에 아파트를 샀다. 당시에는 빚내서 집사라는 정부 정책이 공익 광고처럼 나오던 때라 원금보다 더 많은 대출을 받기도 어렵지 않았다. 친구는 '부동산 버블은 터질 수밖에 없다, 막차가 될 수 있다'며 여동생의 집사기를 반대했다고 한다. 수년이 흐른 지금 그 아파트는 3억 이상이 올랐다. 비판적인 경제학자나 시민단체의 말만 믿고 빚내서 집사는 걸 만류했던 친구는 '한순간에 세상물정 모르는 오빠가 되었노라'고 하소연 했다. 그 누이가 아파트를 산 곳은 노무현 정부가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킨다고 만든 위례신도시였다.
나도 빚내서 집이라도 사 놓을 걸
이명박 정부는 뉴타운 공약을 가지고 모든 사람들이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환상을 만들었다. 이때도 일부의 많은 경제학자들은 그러다 '폭망한다'며 뉴타운 개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면 사회적인 대재앙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권을 이어받은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대대적인 돈 풀기로 일관했고, 대출 문턱을 낮추어 집값을 떠받쳤다. 경기가 바닥을 쳐도 집값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던 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가계부채의 힘이었던 셈이다.
자고 일어나면 몇 천 만원이 오르고, 누구는 갭 투자로 몇 억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는 요즘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 2년, 온 나라가 부동산 광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빚내서 집사라는 솔깃한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나도 수억 아파트 자산가가 되었을 거라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전 정권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의 교훈을 국민들에게 주기보다는, 어떤 정권하에서도 노동 소득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넘어설 수 없음을 증명하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그로 인해 '집값 거품 붕괴'라는 주장은 혹세무민하는 유언비어로 전락했다.
문재인 정부는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이 가계 부채만 키웠다는 판단 아래, 서민주거 안정에 중심을 두겠다고 후보 시절부터 공약해왔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의 큰 줄기는 바뀌었지만 문 정부가 두 달에 한 번 꼴로 꺼내든 대책은, 집 걱정을 덜고 집 문제로 결혼을 미루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과는 거리가 멀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지 2년째가 되었지만 내세울 만한 부동산 정책은 입안되지 못했고, 정부 부처는 경제정책에서 서로 엇박자를 냈다. 여기에 지방선거가 끝나고 중앙 정부와 협의도 없이 쏟아내는 지방 정부 개발 공약은 투기세력에게 '떼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잘못된 시그널로 전달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