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영하는 음악 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동행이 있지만, 혼술러들도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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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에 나오는 이름은 전부 가명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혼자 술을 마시는 행위를 '혼술'이라 하고, 그런 사람을 '혼술러'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내가 운영하는 음악 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동행이 있지만, 혼술러들도 꽤 있다. 그들을 유형별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는 고독형. '고독맨'이라고 불리는 건철씨는 늘 혼자 이곳을 찾는다. 언제나처럼 창가 테이블에 앉는다. 와인을 주문한다. 지난 1년 동안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늘 혼자였다.
그는 프로그레시브록을 좋아한다. 핑크 플로이드의 긴 음악을 신청해 놓고 술잔을 기울인다. 그는 술을 주문할 때 외에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인사를 건넬 때도 그저 목례로만 응대한다. 자신의 곁을 내주지 않는다. 동석을 제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에 관해서는 이름도 그 무엇도 알지 못한다. 건철씨는 철저히 혼술러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우리 카페는 사연과 함께 신청곡을 받는데, 그가 적은 음악 신청 메모지에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앞면의 사연란이 부족해서 뒷면까지 이어진다. 말하는 것으로 따지면 길고 긴 수다에 가깝다.
DJ가 멘트를 통해 사연을 소개하고 음악을 들려주면 건철씨는 또 긴 사연을 적는다. 첫사랑 이야기, 어머니 이야기, 직장 이야기 등 소소하고 평범한 사연들이다. 그렇게 신청 메모지와 DJ의 멘트로 한참이나 대화가 오간다.
건철씨는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 같다. 마음 속에 하고픈 얘기들이 있지만 누군가에게 말하는 일이 쑥스러운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신청곡 사연을 통해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우리 가게를 애용하는지도 모르겠다.
카페를 나설 때는 언제나처럼 말없이 미소를 짓는다. "음악을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라는 말에도 그저 미소만으로 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