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박사로 불리는 이경호 사무처장과 모래톱을 둘러보다가 발견한 꼬마물떼새알 3개.
김종술
4일 오후 차에 텐트와 깔개, 먹을 물, 쌀과 버너 등을 실었다. 차 지붕 위에는 몇 해 전 국민 성금으로 마련한 투명카약을 얹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날 아침 한 인사가 자기 페이스북에 올린 뉴스클리핑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떴다.
"오늘 30도 불볕더위 기승. 자외선-오존↑. 경남 33도 폭염 특보 가능성. 양산도 소용없어요. 때 이른 폭염에 오존 비상... 야외 활동 자제할 수밖에"
두 기자는 세종보 하류의 풍류다방 밑에 차를 세운 뒤 수풀을 헤치며 짐을 날랐다. 땡볕에서 3~4번 짐을 나르니 온통 땀범벅이었다. 투명카약은 7~8번을 쉬면서 옮겨야 했다. 4대강사업 이후에 썩은 물만 가득한 이곳에 소풍을 올 리 없었겠지만 이전에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모래톱 맞은편에는 푸른빛이 감도는 '창벽'이 병풍처럼 쳐 있다. 절경이었다.
조선 초기 문신 서거정은 이곳을 다음과 같이 예찬했다.
"중국에 적벽이 있다면 조선에는 창벽이 있다."
모래톱에 텐트를 치자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고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은영 사무처장과 양준혁 활동가가 음료수와 과자를 사왔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사무처장은 캔 맥주와 냉커피를 사왔다. 사단법인 '세상과함께' 이사장인 유연 스님은 떡을 가져왔고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의 손에는 수박이 한 통 들려 있었다.
4대강 취재를 하면서 만난 오래된 지인들이다. 시끌벅적했다. 이게 바로 4대강사업 이전 금강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강수욕이었다. 가족과 지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쉬던 익숙한 풍경. 강물이 흐르자 사람이 돌아왔다. 사람보다 먼저 돌아온 뭇 생명체도 있었다.
"여깄다!"
새 박사로 불리는 이경호 사무처장과 모래톱을 둘러보다가 발견한 꼬마물떼새알 3개. 모래 한 줌을 퍼낸 것 같은 작은 둥지에 동그란 자갈같이 생긴 탐스러운 새알이 다소곳하게 햇빛을 받고 있었다. 둥지 바닥엔 수백 개의 좁쌀만 한 돌이 깔려 있다. 작은 부리로 한 개씩 날라서 만든 집이다. 10여 분 둘러보다가 또 다른 꼬마물떼새알 3개를 발견했다.
"꼬마물떼새는 넓은 공간이 있으면 어디든지 서식하죠. 강변 모래톱은 안정적인 서식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4대강사업 이후에 물을 가득 채워서 이 지역에선 다 쫓아냈죠. 공주보 수문을 연 지 1년 저는 이렇게 빨리 꼬마물떼새가 되돌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이 처장은 "국제보호조류인 쇠제비갈매기는 4대강사업 이전에 금강에서 수십 쌍씩 비행하면서 번식하는 것을 목격했는데 이 새 역시 4대강사업 이후 볼 수가 없었다"며 "얼마 전에 세종보 수문을 연 뒤에 생성된 하중도에서 한 쌍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세종보 수문을 열어 강을 망쳤다고 주장하지만 4대강사업 이후 종적을 감췄던 여름 철새 꼬마물떼새는 금강으로 되돌아왔다. 자유한국당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꼬마물떼새는 일부러 죽은 강에 둥지를 튼 것이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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