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에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출마한 곽상언 변호사가 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해 지역은 물론 국가에 큰 도움이 되고 싶다”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유성호
"장인 찬스요? 제가 선거에 나가겠다고 했을 때 민주당의 많은 분들이 봉하 마을이 있는 경남 김해나 양산 출마를 권했습니다. 거긴 절대 안 간다고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키려 하셨던 가치와 정치적 이상은 중요하지만, 그분의 이름에 업혀 정치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정말 '장인 찬스'를 쓰고자 했다면 경남에 출마하지 뭐하러 험지로 가겠습니까."
오는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48) 변호사를 지난 7일 서울 양천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곽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의 이름에 기대 정계에 입문하는 것 아니냐는 '장인 찬스' 논란에 "그 길을 걷고자 했다면 소위 친노 정치인들처럼 했을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사위가 아니라 내 이름 석자로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은 박정희 전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의 생가가 있는 전통적인 보수 텃밭으로, 현재는 재선의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현역으로 버티고 있다. 그는 10일 충북도청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지난 2003년 노 전 대통령 딸 노정연씨와 결혼한 곽 변호사는 그로 인해 오히려 오랫동안 "시선의 감옥"에 갇혀 살았다고 토로했다. 곽 변호사는 "지난 17년 동안 나는 정치인이 아니었지만, 결혼과 동시에 사람들은 내가 뭘 하든 정치인의 잣대로 봤다"라며 "시선의 감옥을 벗어날 수 없다면, 그 운명을 직접 돌파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곽 변호사는 지난 2014년부터 전기요금 누진제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한국전력을 상대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벌여왔다. 지금까지 2만 명이 넘는 시민이 이 소송에 함께 했다. 곽 변호사는 "2019년 말 시민 보고대회를 끝으로 지난 6년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이제 대법원 판결만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론적으로는 국민에게 40조원 가량을 돌려줄 수 있고, 독점 기업인 한전의 전기요금 체계에 저항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할 중요한 소송"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사이사이 그는 거듭 "한전 소송이 내 국회의원 당선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면서 애착을 드러냈다. 곽 변호사는 국정 농단이 불거지던 지난 2016년 12월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상대로 국민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곽 변호사는 부인 노정연씨가 2008년 미국으로 13억 원을 불법 송금했다는 혐의로 지난 2013년 징역 4월·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데 대해선 "잘못이 있었다 해도 이미 처벌 받은 사안"이라며 "이번 선거를 끝으로 이 논란을 털어내겠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부인의 변호를 직접 맡은 바 있다. 노 전 대통령 사망으로 검찰 수사가 끊긴 뒤 지난 2017년 한국당이 고발하면서 다시 입길에 오른 노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불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해선 "해당 사건과 관련해 잘못한 일이 있다면 그에 맞는 처벌을 받겠다"고 일축했다.
곽 변호사는 최근 논란이 된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 방침과 '조국 사태'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곽 변호사는 법무부의 '청와대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관한 국회 공소장 공개 요구 불허 결정에 대해 "공소장이 국회에 공개돼 언론에 보도되면 피고인이 재판 준비를 제대로 못 하거나 불리한 선입견이 형성될 수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국회의 요청에 따라 공소장을 공개해왔다면, 그것을 거부할 만한 특별한 명분이 없는 한 공개하는 것이 맞다. 오해를 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조국 사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도 "윤석열 검찰총장은 과거(노정연씨의 불법 외환 송금 사건 관련 2012년 수사 당시) 우리 가족을 수사했던 검사이기도 하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보면서 과연 저렇게 수사를 해도 되나,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국 사태'는 '검찰 사태'이기도 하다"고 비판하면서도 "조 전 장관도 교육 문제에 있어서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공정성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곽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어딜 가나 '노사위'로 불려... 벗어날 수 없다면 돌파하겠다"
▲ "장인 찬스 썼다면 충북 험지 갔겠나... '노무현 사위' 아닌 곽상언이다"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7일 서울 양천구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출마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 지난 1월 22일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제안이 있었나.
"당에서 제안을 했다면 영입 인재로 가지 않았겠나(웃음). 내가 먼저 타진했다. 2019년 여름이었다. 한국전력 누진제 전기요금 소송이 어느 정도 끝났고, 판결만 앞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전까진 전기요금 소송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활동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 한전 소송은 어떻게 되고 있나.
"2014년에 소송을 시작해 벌써 6년을 싸우고 있다. 보통 소송은 길어야 3년으로 보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이동이 힘든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4개 법원에 모두 소송을 냈다. 지금까지 자비로 1년에 1억씩은 쓴 것 같다. 물론 내 인건비는 제외하고다. 첫 시작은 현실적인 이유였다. 2012년 눈이 잘 안 보일 정도로 몸져누운 적이 있었는데, 때마침 셋째가 태어나 두 식구가 집에 상주하게 됐다. 그랬더니 전기요금이 갑자기 확 늘어난 게 아닌가. 그때 호기심에 규정을 찾아보니 전기요금은 독점기업인 한전이 그냥 약관으로 결정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러면서도 한전은 매년 여름만 되면 블랙아웃에 대비해 전기를 아껴 써야 한다면서 국민들 상대로 캠페인을 했다. 거짓말을 해온 거다.
그런데도 우리는 거기에 저항할 수 있는 권리가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전기요금을 '전기세'라고 부를 만큼 당연시했다. 누적된 폐해와 불합리를 시정하기 위해선 부당이득 반환 소송밖에 없었다. 저쪽은 한전에, 산업자원부에, 다수의 로펌이 있었는데, 나는 혼자였다.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성과도 있었다. 소송을 시작한 이후 한전의 터무니없는 절약 캠페인은 자취를 감췄고 전기요금 누진제는 폐지되진 않았지만 완화됐다. 지난 2019년 11월 시민 보고대회를 끝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한 것 같다. 이제 대법원 판결만 남았다. 이론적으로는 국민들께 40조원을 돌려드릴 수 있는 정말 중요한 소송이다. 내 국회의원 당선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