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아이의 이름이 새겨진 법안이 남았다.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의원들을 쫓아다니며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던 그는 전혀 다른 삶에 도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열두 번째 영입인재 '태호엄마' 이소현(37)씨의 이야기다.
남소연
그러면서 이소현씨는 청와대에서의 일화도 전했다.
"두 번가량 청와대가 연 어린이 안전 관련 간담회에 갔었어요. 정부안을 들으면서 '아이들이 안전해지겠구나, 불안을 덜어내도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부 쪽에서 '국회에서 법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하더라고요. 민식이법 관련 정책은 실현 가능한 게 많았어요. 법이 있으니까. 그런데 해인이법, 태호·유찬이법 관련 내용은 이뤄질 수 있는 게 없어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니까요. 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소중한 걸 잃은 사람도 정치 할 수 있다는 것 보여주고 싶다"
이소현씨는 인재영입 발표 당시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가는 일에 관한한 아이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헌신적으로 일해보려 한다"라고 밝혔다. 당선된다면 그의 행보는 '안전'으로 향할 듯하다. 그는 현재 '태호 동생 태양이(태명)'을 뱃속에 품고 있다. 태양이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의정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그러나 현실 정치는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때 정치는 '조정자'의 역할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이소현씨는 어떻게 이런 가치충돌을 조율할까.
"태호·유찬이법 통과가 더딘 이유는 어린이 안전과 영세학원사업자 비용부담이 충돌하기 때문이죠. 학원단체들이 '통학차량 의무신고시 탑승자 연령대를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낮춰주면 협조하겠다'고 했대요. 그럼 국회는 이 협상을 그대로 받아줘야 할까요. 아니라고 봐요. 만약 고학년과 저학년이 함께 타는 통학차량에서 사고가 나면 어쩌죠? 또다시 법안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거예요. 저는 국회가 '정부 예산을 증액시키고, 이용자(부모)로부터 비용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국회에 입성하면 국민 안전에 대해서 만큼은 실효성 있는 법안을 만들고 싶어요. 그 사이에서 정부 예산을 확보하고,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범위 안에서 이해당사자들을 만족케 하는 역할을 해야겠죠. 지금 국회에는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봐요."
이소현식 정치가 실현되려면 우선 당선부터 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 지역구 출마인지, 비례대표 출마인지 정해진 게 없다. 그는 "민주당이 고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당의 결정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다만 "인천 연수구을(송도국제도시 소재) 출마는 절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태호·유찬이법을 발의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인천 연수구을에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지역에는 정일영 민주당 예비후보(전 인천공항공사 사장)가 이미 활동하고 있다.
출마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아니라 때로는 걱정이 앞선다. 그럼에도 그의 홀로서기에 든든히 힘을 주는 건 태호아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