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에 출마한 배복주 후보(정의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 전 장애여성공감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의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남소연
- 장애·여성·활동가라는 시선으로 볼 때 지금 국회는 어떤가. 소수자를 위한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인가.
"정의당 빼고, 지금 국회에서 누구 하나 차별금지법 하자고 말하는 사람이 있나. 차별하지 말라는 법 제정에 누가 나서고 있나. 국회의원들이 자기 시각이 어디로 향하고, 누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지금은 그저 자리싸움과 정치적 파워게임, 이해관계에만 매몰된 모습 아닌가. 정치인들이 사회적 약자의 삶을 공부하고 이해해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게, 많이 게으르다고 생각한다.
제가 정의당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용감해서'였다. 당론으로 내걸고, 다음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1호 법안으로 내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법은 '소수자 차별을 더는 하지 말자'는 선언에 가깝다. 일각에선 '법이 만들어지면 장애인·성소수자 욕만 해도 잡혀간다'는 얼토당토않은 루머를 퍼뜨리지만, 방점은 처벌이 아니라 '차별하지 않음'에 있다. 만약 국민 다수가 이에 동의해 법이 만들어지면, 인권은 모두가 공감하는 보편적 시대정신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움직임도 있다. 일부 보수 기독교계는 '성적 지향' 조항을 문제 삼아 계속 반대하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건가?
"먼저 확실히 하고 싶은 건, 차별금지법은 소수자포용법이지 (일부 주장처럼) 동성애법이 아니라는 거다. 차별금지법에는 '종교'를 이유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내용도 있다. 성별로 인한 차별, 출신지역·학력으로 인한 차별, 질병 이력·장애 유무에 의한 차별 등 소수자가 차별받지 않게 하자는 법이다. 보수 기독교계는 마치 '성적 지향'만 전부인 양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10여 개 차별금지 사유 중 하나일 뿐이다.
두 번째로는 기독교 정신을 말하고 싶다. 성경에서 예수는 누구도 혐오하거나 차별하지 않았다. 예수가 전파한 기독교 사상도 사랑과 포용 아닌가. 그 시대 바람피운 여인을 사람들이 돌로 치려하자 예수는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치라'고 했다. 일부 교인은 '표현의 자유'를 들어 혐오할 자유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논리라면, 언어로 인한 성희롱·성차별도 표현의 자유이니 괜찮다는 말인가? 특히 차별금지법은 처벌이 아니라 권고·시정명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벙어리·절름발이·정신병자' 등 정치인의 장애인 비하 발언이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어떻게 보나.
"지난해 장애인 30여 명이 전·현직 국회의원 6명의 장애 비하 발언(정신병자, 벙어리됐다 등)을 모아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인권위는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며 사건 자체를 조사하지 않기로 결정해 논란이 됐다. 그러나 저는 인권위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근거로 국회에 '권고'했어야 한다고 본다. 인권위 각하를 지켜보며 국회가 더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회가 더 아프게 지적받고, 지금보다 정당 차원에서 성인지‧장애인지 교육을 더 체계화해야 한다고 본다."
- 입당 때, 당선하면 1호 공약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다.
"조금 바뀌었다. 성폭력상담소와 이윤택‧안희정 대책위 등 제가 한 활동‧이력이 주로 성폭력‧성희롱 피해자들을 만나 상담하는 일이었다. 피해자의 2차 피해가 심각한데 이걸 지원할 법‧제도가 거의 없더라.
예를 들어 가해자 중 열에 아홉은 무고‧명예훼손‧민사 등으로 역고소를 제기해 피해자를 괴롭힌다. 가해자가 주로 권력 중심부에 있다 보니, 피해자는 대부분 직장을 잃고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 그러나 피해자가 심리적‧신체적으로 쉴 공간은 없다. 만약 당선한다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긴급 은신처 등 주거‧생계 지원 그리고 법률‧심리치료 지원 등을 법제화하고 싶다."
- 장애여성의 출마가 처음은 아니다(17대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 18대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 등). 그럼에도 '장애여성 배복주가 국회로 가야 한다'는 이유가 있다면?
"휠체어 탄 장애여성이 당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기자들이 그를 취재하는 모습을 상상해본 적 있나. 휠체어 탄 장애여성 국회의장은 어떤가. 저는 살면서 여성‧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배제되고 열외된 경험이 아주 많다. '배려'란 이름으로 배제와 열외를 강요하곤 했다. 그러나 제가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을 통과한다면, 휠체어 탄 장애여성 대변인도 상상해볼만 하지 않을까. 이것은 정의당이라서 가능한 상상이기도 하다.
최근 출마선언을 하러 국회 정론관에 갔었는데, 정론관 단상이 제 휠체어 높이에 맞춰 자동으로 내려가더라. 저는 늘 이동 전에 동선을 고민해야 해 내심 걱정했는데 그걸 보고 정말 '깜놀'했다. 국회의 문턱이 지금보다 더 낮아지길 바란다. 저부터 시작해 더 많은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들이 국회에 와서 말하고, 돌아다니고, 일하면 좋겠다. 기자는 그런 상상해본 적 있나? 현실이 되면 얼마나 재미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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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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