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26일자 네이버 ‘많이 본 뉴스’ 랭킹 1위. ‘중국 대통령 보는 것 같다’는 제목의 기사가 87만 조회수를 기록
민주언론시민연합
청원인의 주장을 '팩트체크'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
하지만 이 청원인 주장에 사용된 근거들은 대부분 허위왜곡 정보였습니다. 첫째, 청원인은 "문 대통령은 300만개의 마스크를 중국에 지원했다"고 주장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300만 개의 마스크를 중국에 지원한 사실이 없습니다. 외교부는 지난달 30일 민관이 협력해 마스크 200만 장, 의료용 마스크 100만 장 등 의료 물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해당 물품은 '중국유학총교우회'와 '중국우한대총동문회'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지원한 셈입니다. 다만, 정부가 대중교통이 차단된 우한으로의 운송을 지원했을 뿐입니다.
둘째, 청원인은 "중국인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청와대는 27일 발표한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요구 관련 서면 브리핑>에서 "지난 2월 4일부터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절차를 강화하여, 입국자를 철저히 파악하고 입국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중국 전용 입국장을 별도로 만들고, 소독과 발열도 체크하며, 입국 시 모든 내외국인은 국내 거주지와 연락처를 제시해야 하고, 현장에서 연락이 되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이상이 없을 때만'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특별입국절차'가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중국인 입국자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셋째, 청원인은 "중국인이 하루에 2만 명씩 입국하고 있다"고 했으나 정부의 '특별 입국 절차' 등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입국하는 중국인은 1000명대로 감소했습니다. <2020년 2월 중국인 입국자 현황>을 보면 이달 중국인 입국자는 25일 1,824명 26일 1,404명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1월 대비 92.6% 감소했습니다. 해당 청원이 시작된 2월 4일 자 중국인 입국자 수는 5,350명이었습니다. "하루에 중국인 2만 명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다"는 청원인의 주장은 과장된 것입니다.
언론이 화제가 된 국민청원의 내용과 규모를 전할 필요도 있지만, 해당 청원이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그러나 국민일보는 거짓정보가 담긴 청원인의 주장을 가감 없이 전했고, 결국 사실과 다른 정보가 네이버 포털을 통해 수십만 명에게 유포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아시아경제 <"중국 대통령 보는 것 같다" '문재인 탄핵' 청 청원 100만 돌파>(한승곤 기자), 서울경제 <'우리나라 대통령으로 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 40만 향해>(조예리 기자)도 비슷한 보도를 내놨습니다. 이들 보도는 "중국 대통령이냐"는 말을 부각하고 청원인의 주장의 문제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언론의 보도 탓에 '탄핵 청원'과 '응원 청원'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언론이 비판 기능을 망각하고 갈등만 키우고 있는 꼴입니다..
중국 입국 금지? 실효성 적고, 외교·경제 파장 감당 못해
'탄핵 청원'의 청원인은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해야 한다며, 이를 하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통령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대통령' 프레임의 핵심 근거입니다. 언론도 이 논리를 그대로 전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이라면 '중국 입국 금지'의 실효성과 파장 등을 먼저 따져 물었어야 합니다.
국제 의학전문가들은 원천 봉쇄의 방역적 이익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WHO는 에볼라 바이러스 위기가 고조된 지난해 7월 모든 회원국에 "국경 폐쇄, 여행 및 무역에 제한을 두어서는 안된다. 이런 방안들은 '두려움'으로 인해 도입되는 것이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원천 봉쇄가 불법 밀입국을 유발해 방역망에 구멍이 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실제 중국 입국을 전면 금지한 이란과 이탈리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로로 코라나19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비중은 25%에 이를 정도로 중국은 우리의 주요 교류 국가입니다. 이에 자칫 입국금지가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 됩니다. 이에 중국 입국 금지가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줌으로 반대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것입니다.
그나마 몇몇 언론은 '중국 입국 금지'의 실효성을 따져봤습니다. 한겨레 <뉴스AS/정말 '중국 전역' 대상으로 입국금지를 해야 할까요?>(2/27 노지원 기자), 프레시안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 76만 명으로 종료, 실효성은?>(2/23 서어리 기자), JTBC <팩트체크/"중국인 입국 금지로 감염병 막자" 현실성 있나?>(1/23 이가혁 기자) 보도를 보면, 중국인 입국 금지는 실효성이 없음을 지적했습니다.
성숙한 시민의식 보여주고 있는데…이제 '언론만 바뀌면 된다'
국가적인 전염병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선을 다한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은 정부 정책의 허점을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하되, 비과학적인 주장이나 정파성에 매몰된 '묻지마 정부 비난'은 자제해야 합니다.
언론은 신뢰할만한 존재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앞뒤 맥락을 생략한 채 '묻지마' 정부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시민, 공무원, 의료진들이 감염병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과 비교됩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선 '이제 언론만 바뀌면' 된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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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인 주장 그대로 받아쓰며 '중국 대통령' 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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