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 만나 눈물훔치는 오월어머니5.18 민주화운동 35주년을 하루 앞둔 2015년 5월 17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하자 오월어머니집 회원인 이귀임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남소연
세월호의 손소독제와 광주의 특별담화문
벽은 고립을 만든다. 아무리 투명한 유리벽이라도, 벽 이쪽에선 벽 저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없다. 자연스레 고립은 왜곡을 낳고, 왜곡은 편견을 만들며, 편견은 공포를 일으킨다. 급기야 공포는 외면으로 이어진다. 벽이 무서운 건 벽 너머를 볼 수 없어서가 아니다. 벽 너머를 외면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무지'는 벽이 걷히면 해소될 수 있지만, '무의지'는 벽이 걷힌 뒤라도 보이지 않는 단단한 벽을 유지시킨다.
역설적으로 고립의 경험은 벽을 허물기도 한다. 외면의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입김과 손길은 고립된 자에게 너무도 소중하게 다가온다. 고립된 자는 누구의 고립도 원치 않으므로, 그 입김과 손길은 자연스레 전이된다. 그래서 어제의 고립이 오늘의 고립을 다독이고, 오늘의 고립이 어제의 고립을 어루만지기도 한다.
1980년 고립과 마주한 광주는 2014년 이후 고립을 경험한 세월호에게 "몸이 허락하는 데까지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지겹다"는 말에 숨이 턱턱 막혔던 세월호는 여전히 '빨갱이'로 내몰리는 광주를 향해 "저희도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서로는 "어떤 경우라도 아프지 말고 서로 힘을 주자"고, "밥 안 먹으면 밥 먹으라고 말해주고 울다 지치면 울지 말고 힘내자고 말해주자"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