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 2일 차, 교사의 편지에 잘 해야 한다는 욕심을 비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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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원격 수업 2일차가 되자 아이들도 교사도 안정적이고 편안해 보인다.
담임에게서 답장이 왔다. 아이의 적응 속도에 맞춰 과제량을 조금씩 늘려보자는 제안, 부모나 아이가 원한다면 교장과 상의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빈 교실에서 온라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줄 수 있다는 안내, 글로 된 긴 과제 설명보다는 구두로 간단하게 제시되는 과제 유형을 선호하는 아이를 위해 영상을 통한 과제 설명을 늘리겠다는 배려의 내용이었다.
'가정에서 겪는 고충을 얘기해줘서 고맙다'는 공감의 말로 시작해서 '가정과 학교의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지원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란 격려의 말로 끝을 맺는 교사의 편지는 뭉클했다.
구글 클래스룸을 확인하니 총 4개의 과제가 올라와 있다. 욕심을 비워내고 목표를 반으로 잡았다.
언제 종료될지 모를 원격 수업의 장기전에 대비해 아이에게 하나씩 가르치기로 했다. 구글 클래스룸을 열어 아침마다 출석 인사 남기기, 혼자서 프린트하기, 완성된 과제 사진 찍어 올리기, 제출하기 버튼 누르기를 조목조목 설명하며 실행해 보도록 했다. 배워가는 재미가 붙은 것인지 어제보다는 덜 짜증을 낸다.
계획한 2개의 과제를 완성해 '제출하기' 버튼까지 누른 아이가 이제는 양손 타이핑 연습을 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니 어리둥절하다.
"요즘 내게 가장 소중한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야."
저녁에 호주 친구인 엘레노어에게 사진과 함께 문자가 왔다. 사진 속의 그녀는 울워스(Woolworths, 호주의 대형슈퍼마켓)의 유니폼을 입고 활짝 웃고 있었다. 초등 저학년 아들 두 명과 유치원생 아들 한 명을 키우는 그녀에게 학교 봉쇄의 여파는 쓰나미와 같다. 온종일 아이 셋을 데리고 돌봄과 가정 학습을 겸하는 그녀에게 저녁 몇 시간의 파트타임 근무는 오히려 지친 그녀를 구원한다. '코로나19에 걸리는 것보다 아이 셋과 집에 격리되는 게 더 무섭다'는 그녀의 말이 전혀 엄살처럼 들리지 않는 요즘이다.
여유가 생기다
4월 17일, 3일째가 되자 화상수업에서 엑스트라들은 모두 빠졌다. 엄마가 필요 없으니 나가서 볼일 보라는 아이의 말에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오늘의 과제는 총 5개다. 어제보다 아이는 더 잘 따라온다. 처음으로 부여된 과제를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아이의 컴퓨터 활용 능력이 향상되니 엄마의 손이 덜 바빠졌다. '제출하기' 버튼 밑의 교사에게 보내는 프라이빗 코멘트(private comment) 란에 짧은 문장까지 곁들이는 센스까지 생겼다. 다음 주에는 온라인상에서 과제를 해결하고 바로 제출하는 방법을 교육해 볼 요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