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담 걷기 준비물980원짜리 카페라떼를 하나 사서 마시는 것이 시작이다.
김은숙
국립국어원은 '쓰담달리기'를 '플로깅'의 대체어로 선정했다. 여기서 '쓰담'은 '손으로 살살 쓰다듬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고, '쓰레기 담기'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쓰레기를 주우며 달리는 행위라는 본뜻을 살릴 수 있고, 환경을 보듬고 참여자들을 격려하는 느낌도 함께 담을 수 있어 '플로깅'의 대체어로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쓰담운동', '쓰담걷기'(플로킹), '쓰담이'(플로거)와 같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다(국립국어원 보도자료 게시판 659번 자료 참조).
나는 '쓰담이'였고 내가 하는 일은 '쓰담걷기'였다. 그냥 천변 걸으면서 쓰레기 치우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이름도 있다니, 왠지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만 이상한 사람은 아니라는 동질감이라고 할까? 보통 눈에 띄는 행동을 하면 이상하게 볼 수도 있는데 세계 어딘가에는 그런 이상한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인정'을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학원에 가는 시간에 천변에 나가서 쓰레기를 줍는다.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하는데 산책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대개 비슷한 때에 하는 것 같다.
지난번에는 할머니 한 분이 내가 뭘 줍는 것을 보시고는 '뭐 하느냐'고 하셨는데 바로 뒤에 오는 다른 할머니가 내 가방을 보더니 '쓰레기네' 하셨다. 그런데 오늘 그분들을 또 만났다. 나는 사람들을 쳐다보지 않는 편이고,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두 분은 나를 기억하셨나보다. 한 분은 '고맙다'고 하시고, 다른 한 분은 '아무나 하기 어려운 일인데 장하다'고 하셨다.
내가 어떤 일을 하시는지 알기 때문에, 가방 안에 뭐가 있냐고 묻지 않고 저렇게 말씀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럴 때 뿌듯함이 더 느껴지는 것 같다. '왜 할까, 뭘 바라고 할까' 하는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봐주시니 고맙다.
오늘도 쓰담걷기를 나가는데, 작은애가 '봉사활동 많이 하면 선물도 준다는데 그런 걸 알아보라'고 한다. 나는 내가 이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 이 일을 하는 것이니, 봉사인정 시간 같은 것은 상관 없다고 했다.
난 환경을 보듬는 전세계 플로거와 함께 하는 한국의 '쓰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