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박영선·오세훈 후보, 한자리에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제113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식에 참석,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왼쪽 세 번째)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남소연
이렇듯 주요 후보들이 재탕·삼탕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여성 관련 공약을 새로운 것인 마냥 제시하고, 인권을 '경합하고, 나눠먹는' 것으로 보는 수준 낮은 인식밖에 갖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 후보에게 페미니스트 관점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페미니스트 관점의 부재는 이들 후보가 꾸린 선거운동본부의 성균형도 다양성도 찾을 수 없는 인적 구성에서부터 그 바닥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 5명은 모두 현직 의원이며, 여성은 1명이다(김영주 의원).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7명 공동선대위원장들 또한 나경원 전 의원을 빼면 전원 남성이며, 전·현직 의원들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자신이 중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부위원장 5명 중 여성은 1명이다(권은희 의원).
한국사회에서 이미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로 선거를 치르고자 하는 정당들과 후보들, 이들이 제시하는 정책들로부터 유권자들은 과연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특히 여성 유권자들이, 안전하고 안정적인 삶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을까.
책임지지 않는 정치와 새로움도 다름도 없는 정치,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정치를 직면한 지금, 이에 실망하고 낙담하고 있는 유권자들, 특히 여성 유권자들에게 '정치를 외면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만큼 민망한 일이 없다.
그럼에도 투표해야 하는 이유? 다른 가능성에 한 표를
'찍을 사람이 없다'고 얘기하는 이들을 본다. 그러나 그럼에도 정치를 외면하지 말고,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있다. 정치를 외면하고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탓에 야기되는 피해들은, 결국 정치인이 아니라 유권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깨어 있는 유권자들의 견제를 받지 않는 정치는 유권자에게 반응하지 않는 정치, 기득권 정치를 더욱 강화하고 공고화하기 때문이다.
투표를 하지 않을 자유 또한 유권자의 권리일 수 있다. 그러나 한 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가 당선이 되는 단순다수제 선거에서 유권자의 투표 포기, 즉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은 기득권 정당들에게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투표를 하든 안 하든 기득권 정당들 중 한 후보가 당선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권표 비율, 무효표 비율, 기득권 정당들의 후보가 아닌 다른 정당의 후보를 찍은 비율은 동일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투표장에 가지 않아서 생기는 '기권표'는 기득권 정당들의 후보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무효표와 기득권 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 후보에 찍은 표는, 기득권 정당들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기득권 정당들의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칠수록 이들 유권자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효가 된 표와 제3후보를 찍은 표가 정당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는 점이다.
무효표는 유권자의 투표방법 개선에 대한 고민 정도에 그치게 하는 반면, 기득권 정당들 후보가 아닌 후보를 찍은 표는 기득권 정당들에게 '심판'의 의미를 보여줄 수 있다. 동시에 기득권 정당들로 하여금 이 유권자들에 대해 반응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즉, 유권자인 내가 찍은 후보가 비록 당선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표는 결코 죽은 표가 아닌 것이다.
아무리 참여하고 싶지 않은 선거라도, 뽑고 싶은 후보가 안 보이는 선거라도, 우리는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유권자로서 정당·후보에 대해 심판할 수 있는 표로 이를 드러내야 한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페미니스트 시장을 만나고, 성평등하고 다양성이 넘치는 공동체에서 살고 싶다면, 유일하게 주권자가 되는 4.7 선거일에 투표장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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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7
여성의 정치적 역량과 연대를 강화하고 사회 전반에서의 성평등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일조하고자 하는 여세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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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시장이 필요합니다, 2021년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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