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을 상징하는 수시탑군산 월명공원에 가면 군산을 상징하는 수시탑이 있다
이숙자
군산, 은 한문으로 쓰면 무리 군과 뫼 산자를 쓴다. 섬이 무리 지어 산을 이루어진 형국이라 말한다. 군산은 16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 살고 있는 도심에서 차를 타고 10분만 나가도 갈매기 울음소리와 고기잡이 똑딱선 작은 배의 뱃고동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곳은 바다가 가까이 있는 항구 도시이지만 비옥한 들과 조창이 있는 도시다. 예전부터 어판장에는 생선이 넘쳐나 풍요를 누렸고 비옥한 들판에서 나오는 쌀을 먹는, 시민들 살림이 넉넉한 도시였다. 그런 연유에서 일제시대 일본 사람들이 욕심을 낼 수 있는 도시도 군산이었다고 말한다. 호남평야에서 나오는 쌀을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가져가는 수탈의 아픈 역사가 있는 곳도 군산이다.
군산은 왜정시대 일본인들이 들어와 순식간에 이곳의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도시를 새로 건설했다. 완전히 일본화를 하기 위한 작업은 그들이 오래도록 군산에서 살 거란 철저한 계획 아래 도시를 바꿔어 놓았다. 그러나 역사는 그들 편만은 아니었다. 일제시대가 끝나고 일본인이 물러간 군산은 일본인들의 흔적이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남아 있어 그 시대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도 100년 된 건물들과 더 오래된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고 현제와 과거가 공존하는 도시가 군산이다. 몇 년 전부터 시간여행이란 마을이 조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군산으로 시간 여행을 오고 있다. 군산에 오면 맨 먼저 찾는 곳은 옛 세관 건물과 일본 사찰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동국사 절이다.
또한 포목점을 해서 돈을 벌었다는 일본인 상인이 지어놓은 히로스 가옥이라는 일본집은 10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어 일본인들의 생활 문화를 느낄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군산에 오면 빵 봉투 하나씩을 들고 떠나는 이성당 빵도 사실은 일본인이 만들어 놓은 빵집이다. 그러나 일제시대가 끝나고 일본인이 물러가면서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주인이 되어서 반백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 전국에서 유명한 빵집이 되었다.
군산이란 곳은 다른 도시에 비해 역사와 사연이 많은 곳이다. 세계에서도 뒤떨어지지 않는 기술로 바다를 막아 만든 새만금이란 드넓은 땅이 있다. 군산에서 부안까지 바다 위를 달리면 그 기분은 언제 달려도 시원하고 기분 좋다. 마음이 답답한 날, 멀리 여행은 가지 못해도 새만금 방조제를 한번 달리는 것만으로 충분히 휠링을 할 수 있다.
새만금 방조제 길이 다른 섬과 연결이 되고 여기가 군산인가 할 정도로 아름다운 섬들, 낙조는 여는 외국과 다르지 않은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자주 가 볼 수 있어 마음 가득 기쁨을 안고 돌아올 수 있는 여행지가 많다.
지방도시라고 불편한 것이 전혀 없다. 몇 년 전부터 서해안 고속도로가 생기고 중부고속도로 개통되어 군산에서 서울까지는 두 시간 반이면 다닐 수 있어 답답한 마음이 없다. 서울에 살고 있는 딸들은 모든 걸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와 가까이에서 살자고 권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나이 들면 조금은 한가롭고 여유로운 환경에서 마음을 쉬며 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군산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공유하는 시간도 때로는 마음을 넉넉하게 해 준다. 바다 가까이 사는 탓에 생선도 많아 가끔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생선 선물을 하는 것도 작은 즐거움이다. 군산이란 항구 도시에 사는 특혜를 누린다.
이곳에서 사는 가장 즐거운 일은 날마다 산책을 하는 월명 공원과 은파 호수가 있어, 삶이 풍요롭고 기쁘다. 월명공원과 은파호수는 군산에 오는 여행객들도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사계절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리게 살아가는 일상이 행복하다. 남편의 고향인 이곳, 내 인생의 추억과 삶이 켜켜이 쌓여있는 곳, 나는 이곳 이 좋다.
멀리 타지에 나가 있어도 군산이란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아련히 아려 온다. 특히 요즈음은 동네의 환상의 서점 한길문고가 있어 많은 지인들과 글 쓰며 살아가는 내 삶이 풍요롭고 따뜻하고 행복하다. 나머지 내 인생은 이곳 지방도시인 군산에서 삶을 가꾸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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