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가 크면 배우지 뭐' 하고 나를 다독이지만 그게 언제가 될까 싶었지만... 결심했다.
최은경
첫째 아이가 6개월 때였나, 윗집 아기 엄마와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데 울기 시작해 그칠 줄 몰랐다. 배가 고픈 것도, 졸린 것도, 기저귀가 젖은 상태도 아닌데 울음을 멈추지 않으니,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가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우는 아기를 달래면서,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는데 대꾸 한 마디 없던 기사는 문을 여는 나를 보고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사를 앞두고 아이들의 침대를 보러 가구점에 갔을 때다. 잘 꾸며진 키즈 쇼룸에서 놀던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도저히 달래지지 않아, 겨우 안아서 건물 밖으로 나와 한숨 돌리고 있었다. 우리를 따라 나온 건지 아니면 안으로 들어가려다 본 건지 모르겠는 50, 60대 여성이 내 눈을 보며 말했다.
"아이고, 애기엄마! 그렇게 어린 애를 데리고 이런 데 왜 와서 고생이야!"
사람이 많은 곳에서 아이가 울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심했지만, 어쩌다 툭 마주친 눈빛에도 한숨 소리가 섞인 것 같고, '그러게 여길 왜 왔어'라는 말을 들을 것 같아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버스나 지하철, 택시를 탔다가 아기가 울 것 같으면 내려서 무작정 걸었다.
식당에 갔다가도 아기의 소리가 커지면 먹던 밥을 두고 나왔다. 그즈음 둘째 아이도 6개월이 넘어가고 있었으니, 사람들이 많은 곳은 아예 피하는 게 편했다. 아이만을 위한 곳과 나를 위한 곳을 나누고 남편의 시간을 빌려 첫째와 둘째 아이가 자라는 시간을 간신히 버텼다.
타로 수업을 같이 듣자는 문자를 다시 보면서, 그때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예전부터 배우고 싶던 강좌였고, 집 가까운 곳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였지만 아기가 울거나 기어 다니면 방해가 될까 봐 걱정부터 됐다. '아기가 크면 배우지 뭐' 하고 나를 다독이지만 그게 언제가 될까. 어차피 이젠 '엄마'가 아닐 수 없는데, 오롯이 혼자 몰두할 수 있는 완벽한 상태가 오기나 할까.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때가 지금이라는 걸 알지만, 마음을 먹는 게 하고 싶은 일을 참는 것보다 어려웠다. '못 하겠다', 마음 먹고 딱 끊어낼 수 있는 게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기 젖을 물리고 멍하니 앉아 있을 때나, 새벽에 잠에서 깨 아기 기저귀를 갈 때 같은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툭, 타로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라 마음을 헤집어 놨다. 하거나, 못 하거나의 이분법 속에서 답장을 하지 못한 채 이틀이 지나고, 다시 문자가 왔다.
"강사님도 아기 데리고 참여해도 된다고 하고, 신청한 사람들한테도 물어보니 괜찮다니까 편하게 선택하길."
다들 괜찮다니 그냥 들으면 간단한데, 오래 주눅 들었던 마음이 나를 붙잡는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다시 밥을 지었다. 볶음밥이었는지, 카레였는지, 첫째 아이가 "무슨 야채 넣은 거야? 맛이 이상한데?" 하고 물었다. 평소와 같은 반찬 투정에, 그냥 넘어가면 그만인 걸, 화를 내고야 말았다.
"엄마가 힘들게 해 준 밥인데 투정이나 하고 그럴 거면 먹지 마. 나도 이제 밥 안 할 거야!"
따스함에 기대어 마지막 수업까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