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일본 가요계를 강타한 마츠다 세이코(松田聖子)의 싱글 앨범을 찾다 수십 년 잊고 지내던 J-pop을 다시 듣게 됐다.
박진희
나는 그렇게 며칠 내내 유튜브 알고리즘이 영도(領導) 하는 대로 J-POP 향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다 결국 어디에 뒀는지도 기억 못 해 온 집안을 이 잡듯 뒤져서 박스 하나를 찾게 된다. 몇 년에 한 번씩 잠시 꺼내 보고 말지만, J-POP CD 백여 개가 들어 있는 그 박스는 내게는 보물단지 버금간다.
박스 지분이 가장 큰 건 일본 지인들이 보낸 준 CD다. 자신들이 갖고 있던 것과 주변인들에게 사정 얘기를 하고, 한 개 두 개씩 모아서 국제우편으로 부쳐준 것들이다. 웃돈 얹어주고 몇 주씩 기다렸다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CD, 유학 중에 생활비 쪼개가며 중고거래점에서 사 모은 CD까지 어느 것 하나 사연 없는 게 없다. 플레이하지 않고 바라만 봐도 흐뭇해지는 애장품들이다.
지난 가을 버릴까 말까 잠시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도저히 CD만큼은 버릴 수가 없었다. J-pop CD의 존재는 점점 잊히는 가장 영롱하게 빛났던 일순을 기억하게 하는 메모리 저장소다.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게 힘을 주는 에너지 충전소이기도 하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1980~1990년대 복고 감성을 제대로 누리고 산다. 결핍된 것이 많아 불편했지만, 생각하면 그래서 또 행복했던 시기였다. 중년에게 최상의 컨디션을 되찾아준 유튜브 알고리즘의 이런 초대라면 앞으로도 쭈욱~ 대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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