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을 찾아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소연
개인적으론 조씨를 잘 알면서도, 잘 알지 못한다. 정치부에서 일하던 2016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 자리에 오른 조씨를 처음 알게 됐는데 이후 페이스북에서 몇 차례 댓글을 주고받은 게 그와 나눴던 소통의 전부다. 이번 사건이 터진 후에도 따로 연락을 주고받진 않았다. 다만 오랜 기간 조씨가 올린 페이스북 글들을 봐왔고 그가 어떤 생각을 피력해왔는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윤 전 총장과 김웅 의원은 조씨가 제보자로 드러나기 전부터 '누가 제보자인지 알면 그 의도를 알 수 있을 것'이란 취지로 엄포를 놨다(두 사람의 말과 별개로 한때 제보자가 이재명 캠프 소속이란 거짓 '찌라시'도 돌았다). 물론 조씨가 평소 윤 전 총장을 비판해온 것은 사실이다. 윤 전 총장이 정치인으로서, 특히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조씨는 윤 전 총장과 대척점에 있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게도 날선 비판을 쏟아내 왔다.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의혹을 강하게 지적했고, 검찰 수사의 정당성 또한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전 총장을 향한 비판과 비교했을 때 조 전 장관에게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았다.
만약 조씨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었다면 자신의 제보로 가장 정치적 이득을 볼 인물이나 집단이 누구일지 생각하지 않았을까? 실제로 이번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개혁'이란 화두가 다시 떠올랐고, 조 전 장관과 그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평소 조 전 장관 등을 혹평하던 조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신의 제보로 애먼 사람들이 정치적 이득을 보고 있는 셈이다.
조씨 스스로도 이번 제보를 "사고"라고 표현하고 있다. 조씨와 <뉴스버스> 기자가 사적 자리에서 관련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 취재를 진행한 기자가 조씨의 생각과 상관없이 보도를 진행했단 설명이다. 이는 <뉴스버스> 측도 인정("조성은씨는 보도를 원하지 않았지만, 보도할 정도로 취재가 됐는지에 대한 평가와 그 상황에 맞춰 보도 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언론사의 몫이지 취재원의 결정 사항이 아니다")하는 점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이 정말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냐는 것이다. 또한 손 검사와 윤 전 총장의 관계, 손 검사와 김웅 의원의 관계, 검찰 측이 생산한 고발장이 정치권으로 흘러간 이유 등을 밝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씨가 어떤 정치적 행보를 걸어왔는지, 그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 그가 무슨 차를 타는지는 모두 본질과 동떨어진 이야기다. 조씨의 정치적 의도가 어떻든 간에 그의 휴대폰 속 '손준성 보냄'이란 문구는 사라지지 않으며, 그의 제보가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다. 노동자가 외제차를 탄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승진을 갈망했단 이유로 부당해고나 성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손준성 보냄' 팩트는 변하지 않는다... 국정원 공작이 성립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