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살리는 수 찾기' 토론회에서 이창수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이 발표를 하고 있다.
김병기
[수학&화학] 동그라미를 동그라미로 부르지 못하고...
"동그라미를 동그라미라고 부르지 못하는 게 지금의 수학 교육입니다."
허민 교수(광운대 수학과)의 말이다. 허 교수는 "표준어국어대사전에서는 토박이말 용어 '세모' '네모' '동그라미'는 각각 수학용어인 삼각형과 사각형, 원의 동의어로 뜻풀이를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수학 교과서에서는 모양과 도형의 이름을 구별해서 원, 삼각형, 사각형이라는 용어만 쓰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기하학적 명제에 있는 용어인 점, 선, 면을 식탁, 의자, 잔으로 바꾸는 것은 틀림없이 가능하다."
위의 말은 허 교수가 소개한 유클리드 기하학 학자 다비트 힐베르트(David Hilbert)가 한 명제이다. 허 교수는 "모든 수학 용어는 언어적 기호에 불과하고 사회적으로 약속하면 된다"면서 "1955년 제1차 교육과정에서는 토박이말 수학용어가 대폭적으로 도입됐는데, 제2차 교육과정에서 많은 용어가 한자말로 되돌아갔다"고 안타까워했다. 당시 우리말에서 한자로 후퇴한 용어는 이런 것들이다.
- 곡선그리기→곡선의추적
- 곱수→승수
- 덧뺄셈→가감법
- 만난점→교점
- 맞각→대각
- 모기둥→각기둥
- 모뿔→각뿔
- 모아짜기→조합
- 바깥각→외각
- 외톨수→소수
- 외톨인수→소인수
- 원둘레율→원주율
- 펼친그림→전개도
- 만난점→교점
허 교수는 "2015년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서는 학습 요소에 용어가 제시돼 있고, 여기에 있는 526개의 용어 중에서 한자말이 조금이라도 섞여 있는 용어는 무려 92.4%인 486개"라면서 "토박이말이 조금이라도 섞여 있는 용어는 약 16.3%(86개), 온전히 토박이말로 된 용어는 4.8%(25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승현 신성교등학교 교사는 '화학 술어'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사는 "우리나라 화학 술어는 일본 영향을 크게 받았고, 일본 화학 술어는 독일 영향을 크게 받았다"면서 "여기, 주기율표 118번이 있는데 토박이말은 몇 개일까요"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구리와 납, 2개뿐이었다. 다른 학문 분야처럼 화학 분야에서도 토박이말 용어 사용의 척박한 현주소를 보여준다. 그는 "철은 '쇠'로 바꾸면 어떨까"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제안] 대통령 직속 '나라말글터'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