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필링스> 책표지
출판사 마티
이 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작가 개인의 인종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엮은 수필집이지만 이 이야기들은 결코 개인적이지 않다. 작가는 작가 개인이 겪은 에피소드를 통해 미국 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 미국에 정착한 한국인 이민자 1세대의 역사와 그들의 트라우마, 한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의 역사 등 인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저자는 내가 느낀 감정을 책 제목인 '마이너 필링스'(minor feelings)라고 정의하였다. 마이너 필링스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소수적 감정이다. 작가는 "내가 인식하는 현실이 끊임없이 의심받거나 무시당하는 것에 자극받아 생긴 부정적이고, 불쾌하고, 따라서 보기에도 안 좋은 일련의 인종화된 감정을 가리킨다"며 "이를테면 어떤 모욕을 듣고 그게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뻔히 알겠는데도 그건 전부 너의 망상일 뿐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 소수적 감정이 발동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책이 미국에서 유명해진 건 코로나 이후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 이슈 되면서다. 팬데믹으로 아시아인들에 대한 차별이 점점 심해지면서 인종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쉬쉬했던 아시아인 사이에서 이 책이 입으로 소문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특히나 2021년 3월 16일 미국 애틀랜타 마사지숍에서 총기 사건으로 6명의 아시아인이 살해당하는 사건 때문에 이 책은 더욱 주목받았다.
나도 그 무렵에 이 책을 추천받아 읽게 되었다. 애틀랜타와 멀지 않은 캐나다에 살고 있으니 그 사건이 무섭게 다가왔다. 특히나 내가 사는 동네에 인종차별 사건이 계속 발생하던 차였다. 그래서 그 일이 일어난 후, 며칠 밖을 못 나갔다.
그러다 사건 발생 며칠 뒤 용기를 내 운동하러 밖으로 나갔다가 어떤 젊은 백인 청년이 나에게 "니하오"라고 했고, 나는 별말 아닌 그의 "니하오"에 무서워서 주저앉을 뻔했다.
나는 계약직으로 사는 이방인이었다. 프랑스에서 5년, 캐나다에서 2년. 길거리에 지나가면 누군가 말을 걸며 쫓아오거나, 언제 어디서나 성적 대상이 되어 누군가의 눈요깃거리가 되어야 했다. 누군가가 대뜸 차 문을 열어 나한테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일들이 일상이었다.
나는 어느 나라에도 시민인 적이 없었고, 나는 여기서 잠시 살다 갈 사람이니 그냥 이 순간이 지나가길 바라며 이 부정적 감정을 마음속 깊히 집어넣었다. 그러나 어떤 행인의 "니하오"에 마음 한편에 눌러왔던 감정들이 올라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