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에 무소속 출마한 김주영(왼쪽) 후보와 김연웅 후보
은평시민신문
이번 6.1 지방선거는 거대 양당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선거였다. 견고한 양당구조 속에서 전국에서 508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서울 은평도 예외는 아니었다. 6명의 기초의원이 무투표 당선됐다.
이 틈바구니에서 당당히 내민 무소속 후보가 있다. 비록 의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들의 도전이 갖는 의미와 그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서울시의원(은평구 제3선거구)에 도전한 김주영 후보와 은평구의원(라선거구)에 도전한 김연웅 후보는 모두 무소속 출마를 선택했다. 혼자서 선거 전 과정을 이끌며 나름의 기대를 품기도 했지만, 김주영 후보는 4만 8549표 중 2213표(4.64%), 김연웅 후보는 3만2177표 중 439표(1.44%)를 얻는 데 그쳤다. 좌절 또한 오롯이 홀로 짊어져야 했다.
하지만 용기 있는 그들의 선택을 응원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오며 가며 보내는 시민들의 격려 한 마디가 그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선거에 열중할 수 있게 했다. 지난 8일 <은평시민신문> 공유 스튜디오에서 두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무소속이라는 이유로 무시, 가장 힘들었다"
- 선거 마치고 나니 여러 감회가 들 거 같습니다. 선거를 마친 소감이 궁금합니다.
김주영: "3월 중순 예비후보 등록 이후 5월 31일까지 두 달 반 정도 진짜 힘 많이 들었어요. 이런 장기 레이스는 평생 처음 해보는 거였고, 제가 했던 지금까지 모든 업무 가운데 가장 힘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연웅: "연고도 인맥도 없는 곳에서 혼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시간과 에너지를 버리는 일'이라고 말렸는데, 막상 선거 때는 응원을 많이 보내주셨어요. 그래도 나와서 보기 좋다고요. 일단 결과는 많이 아쉽습니다. 좀 실패했다고 느끼기도 하고 동시에 또 많이 배우고 치열하게 시민들을 만나 굉장히 뿌듯합니다."
-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을까요?
김주영 : "일단 체력이죠. 2개월 반가량을 밤 11시~12시가 돼 집에 들어갔어요. 선거 막판에는 하도 밖에 서 있으니까 주민들이 '어차피 뽑을 거니 이제 들어가도 된다'고 말할 정도였어요. 군대 있을 때 훈련해도 하루는 쉬었는데 선거는 그렇지 않더군요.
그리고 무소속 출마다 보니 무시당하는 일이 많았어요. 명함 찢어서 제 앞에 뿌리거나, 명함을 받고 '어 무소속이네, 악수 한번 하시죠' 해서 악수하니까 '어차피 떨어질 거 아니까 악수라도 한번 해보려고 한다'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어요.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건 초반에 한 1개월 반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저 사람이 계속 보이네, 계속 운동을 하네, 본 후보까지 등록할 것 같은데, 이러면서 무시하는 분들이 좀 줄어들기 시작하더라고요."
김연웅 : "저도 체력, 정신 두 가지 부분인데요. 특전사 학교에서 특공 수색 훈련까지 받았는데, 특공 수색 훈련보다 힘들었다고 단언할 수 있어요. 제가 얼마나 이곳에 오래 서 있었는지, 같은 멘트를 얼마나 반복한 건지를 잊을 정도였어요.
진짜 이 악물고 버텼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노하우를 알려주는 사람도 없어서 힘들었어요. 어떤 역량과 실력을 갖고 있냐는 별개로 무소속이라는 이유로, 연고가 없다는 이유로,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를 받을 때 '정말 되지 않는 싸움에 낀 것인가', '맨땅에 헤딩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어요."
- 기대에 못 미치는 선거 결과가 나왔는데요.
김주영: "성적표를 받고 나서 너무 자만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한국 정치를 보면서 나름대로 안목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번에 무소속이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본 몇 가지 포인트가 있었어요. 그런데 성적표가 굉장히 참담한 거예요. 보는 것과 현실 정치 사이에 괴리가 있었던 거죠.
체계적으로 시스템화된 거대 양당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봤어요.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겪어 지금의 거대 양당이 된 건데, 그 시스템에 파괴력을 주려면 안철수 의원급 정도가 돼야 하지 않나, 그런 현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죠. 인터뷰 제안 주셨을 때 제가 주저했는데 사실 대한민국에서 무소속 당선은 힘들다, 이 사실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
김연웅: "다시는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기적을 기대하면서도 당선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선거운동원도 없고 유세차도 없고 선거사무실도 없이 혼자 선거를 치렀으니까요. 그럼에도 기대를 했던 건 많은 분이 저를 알아봐 주시고 응원을 보내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죠.
하루에 음료수도 스무 개씩 받고 쪽지도 받으면서 어쩌면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은평뿐만 아니라 전국의 선거 결과를 보면서 시민들의 반응과 표는 별개인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저는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권뿐만 아니라 피선거권도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누구라도 의지를 갖고 차별 없이 출마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부딪히는 결과를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죠."
"그럼에도 나오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