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압사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 다음 날인 지난 10월 30일,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이태원 참사의 피해자들을 국가적으로 애도할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들을 '애도 되지 못하는 존재'로 만들고자 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부가 나서서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애도에 앞장서는 것은 겉보기에는 옳은 행동이다. 문제는 애도의 내용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경찰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10월 30일 정부종합청사 브리핑)라고 말해서 구설에 올랐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해명으로는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이나 선동성·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31일 서울시청 합동분향소 앞)라고 말했다. '일방통행' 등 경찰의 적극적 통제가 있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애도'의 말들을 선동성·정치적 주장으로 몰아세우고, '닥치고 있으라'고 이야기한 셈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10월 31일 기자들 앞에서 "지금은 슬픔을 나누고 기도해야 할 시간으로 추궁의 시간이 아니고 추모의 시간이다"라고 하는가 하면, 일명 '윤핵관'으로 꼽히는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모를 정쟁으로 변질시켜서 안 된다(...) 정치적 유불리를 판단하지 말고 위로와 사고 수습을 우선 순위로 삼아야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윤 대통령 자신은 애도 기간 동안은 출근길 문답을 하지 않는다고 역시 같은 날 밝혔다. 애도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듣지도, 말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대통령 스스로 정치적인 발언을 삼가고(피하고), 침묵하겠다는 것이다. '진정한 애도'의 방법이 무엇인지 정부와 여당이 우리 사회에 주입시키는 분위기다.
심지어 정부는 지난 일요일부터 이번 주말까지 준비된 모든 부처·공공기관·지자체가 주최하는 행사와 축제 등을 대부분 취소하게 만들었다. "애도기간 동안 시급하지 않은 행사는 연기하고 부득이 개최할 경우 안전을 최우선하라"라는 내용의 공지는 사실상 '웬만하면 하지 마라'라는 압박에 가깝다. 심지어 강남구는 식품접객업소 영업주들에게 휴업을 권고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명 가수들도 '공연 취소'에 나섰고, 오히려 일정대로 공연을 진행하는 음악가들이 비난을 받기도 하는 모양새다.
지자체 행사와 공연은 각각 수십 또는 수백 명의 생업과 연관되어있다. 연기나 취소로 인한 손해는 막심하기 그지없다. 보상책이 있다면 상관없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음악을 즐기면, 가족끼리 나들이를 나가면 이번 참사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 걸까. '애도하는 척'하기 위한 일방적인 결정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좌절했는지 정부는 알고 있을까? 왜 애도의 형태를 하나로 정형화시키는가.
침묵만이 진정한 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