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후 첫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물론 대통령실이 'MBC 1호기 탑승 불허'를 결정한 이후 순방 취재를 계획한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보이콧'을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대통령실 중앙 풀기자단은 지난 10일 특별총회를 열고 이 문제에 대해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방식의 '대통령 취재 보이콧' 논의가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수가 찬성했지만, 취재 보이콧의 특성과 효과를 고려할 때 '전원 참여'가 아니면 그 효과가 떨어져 결국 '공동입장문' 발표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 때 대통령실 중앙 풀기자단 소속 49개사 기자들은 대통령실의 MBC 1호기 탑승불허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실이 순방 취재단에게 막대한 세금을 써가며 마치 특혜를 베푸는 것처럼 취재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는 식으로 이번 사안에 접근하는 데 대해 공분을 표했습니다(관련 기사 :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MBC 탑승 불허, 조속히 철회하라" http://omn.kr/21kcq).
'자유의 확대와 공정한 규칙', 윤 대통령의 취임사였다
이번 사태가 터졌을 때 대통령실 출입기자로서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가 '혈세' 운운하면서 국익을 위한 결정이란 취지의 설명을 내놨을 땐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장, 대통령실의 조치가 지난 9월 뉴욕 순방 당시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보도에 대한 감정적 대응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정말 국익을 훼손할 정도로 왜곡·편파보도가 반복됐다면 구체적인 물증을 공개해서 논박하거나,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판단을 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논란의 음성분석 파일을 '해당 업체에서 비공개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국회에 제출하지도 않았습니다. 비속어 논란 보도에 대한 법적 대응 역시 이미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그나마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기자단과 논의해 해당 언론사에 대한 '페널티(불이익) 조치'를 결정하는 것인데 그것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순방 출발을 이틀 앞두고 특정 언론사에 취재 불이익을 주고, 그것에 대한 논란이 되자 '가짜뉴스' 핑계를 대면서 '국익'을 운운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옹졸하다'는 평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만약 'MBC 1호기 탑승 불허'를 처음 아이디어로 제시한 대통령실 참모가 있다면 반성해야 합니다. 취임사에서 "자유의 확대와 공정한 규칙"을 강조했던 윤 대통령을 면구스럽게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MBC 1호기 탑승 불허' 조치 다음 날, 대통령실 내에선 '이번 순방 때 출입기자단이 벼르고 있다. 전 직원 긴장하라'는 내용의 메모가 돌았다는 말도 들립니다. 이 말이 제발 사실이 아니길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통령실에 한 마디 전하고 싶습니다.
기자들이나 언론 말고 국민들을 보고 긴장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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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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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왜 '전용기 탑승 거부' 동참하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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