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2월 30일 세월호 참사로 숨진 고 문지성양의 아버지 문종택씨가 사고 현장인 맹골수도 인근을 찾은 모습이다.
남소연
"저는 아주 나쁜 놈입니다."
이태원 압사 참사 이틀 후,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문종택씨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문씨는 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너무 아프다" "정말 미치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울먹였다. 그는 "다들 '그만 좀 하라'고 했어도 저희가 8년 동안 제대로 고쳐놨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라며 스스로를 "나쁜 놈"이라고 말한 이유를 설명했다.
문씨는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는 기가 막히게 닮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제주도에 놀러가다 죽은 아이'의 아비에다가 '세금도둑'인 아주 나쁜 놈이 돼 있었다. 그때도 정부는 잘못이 없다고 했다"라며 "(이태원 참사 후에도) 책임져야 할 정부·경찰·지자체는 '주최자가 없다'고 했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책임질 사람은 없다고 하면 앞으로 전개될 일은 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전에도 수많은 예고가 있었다. 가깝게는 빵공장에서 노동자가 죽지 않았나"라며 "결국 '세월호 그만' '세금도둑'이라고 하다가 여러 예고를 거쳐 이번 참사에까지 이르렀다. 이태원 참사 후 벌써 국가의 책임회피에 혐오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문씨는 외신 기자회견 중 웃음과 농담으로 문제가 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세월호 참사 때 브리핑을 하며 밝게 웃던 민경욱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떠올랐다"라며 "머리로만 사회를 익히고 가슴으로 세상을 살아보지 않은 관료들의 한계"라고 꼬집었다.
더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야 한다. 세월호 참사 후 대한민국은 그걸 제대로 하지 못했고 때문에 안전사회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데 실패했다"라며 "정상이라면 그 일을 정부가 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또 유족들이 길거리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래 문종택씨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요약·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