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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유가족 "지하 분향소 우리가 제안? 서울시, '언플' 그만하라"

[현장] 녹사평역에서 서울시청광장으로 시민분향소 통합... 이태원 지역 주민 "혐오 그만"

등록 2023.02.14 16:22수정 2023.02.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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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이전하고 서울광장으로 통합 운영한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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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보시다시피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주변에서 유족들을 향한 혐오 표현을 보게 됩니다. 이태원 상인과 주민들은 이러한 표현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런 표현들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역 한편, 두 달 전 유가족과 시민들의 힘으로 설치됐던 이태원 시민분향소가 서울 시청광장 시민분향소로 통합 이전되는 14일, 이 지역 주민인 한 상인이 기자회견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이태원 시민분향소 입구부터 내걸린 "누구를 위한 분향소인가" "슬픔은 가슴에 묻어라" 등의 현수막을 향한 반론이었다. 유가족과 이태원 지역 상인들은 각각 "시청 앞 분향소에서 온전한 추모 이어갑니다" "희생자 추모와 이태원 지역 회복 함께 만들겠습니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취재진 앞에 섰다.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이날 이태원참사의 또 다른 피해자인 이태원 지역 상인들과의 상생을 위해 녹사평역 시민분향소를 지난 2월 4일 참사 100일 하루 전 설치한 시청광장 시민 분향소로 통합 이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12월 22일에는 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시민대책회의 등 3개 주체가 압사 참사가 발생한 골목 주변인 1번 출구 주변에 '모두를 위한 애도와 기억의 거리'를 조성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유족이 먼저 지하4층 제안? 서울시, 쇼 하나"

 

이태원 참사 유가족 “녹사평역 분향소, 서울광장 시민분향소로 통합”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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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이전하며 종교인들로부터 영정사진을 건네받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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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이전하며 종교인들로부터 영정사진을 건네받고 있다. ⓒ 유성호

  서울 시청광장으로 영정을 옮기는 날, 유가족들은 다시 한 번 오열했다. 시청광장 분향소 외 '대안을 제시하라'는 서울시의 요구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서울시는 앞서 제시했던 '녹사평역 지하4층' 공간은 유족 측이 1차로 요청한 후보지 중 하나였다고 해명해 유가족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서울시는 더 이상 언론플레이를 그만하십시오. 애들 장난하십니까. 쇼 하십니까."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 이지한씨의 아버지인 이종철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추모 공간을 마련할) 관급 건물이 없다고 해서, 이태원역도 있고 녹사평역, 용산구청, 서울시청 로비도 있다는 식으로 대응했을 뿐인데, (지하4층을) 우리가 제안했다고 한다"면서 "더 이상 서울시와 대화는 없다. 서울시도 분명히 아이들을 죽인 책임이 있는데도 어떤 수사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인 서채완 변호사는 유가족들이 스스로 시민 분향소를 차리게 만든 정부와 지자체의 '피해자 권리 묵살'을 비판했다. 그는 "사회적 참사에서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은 국제 인권 기준이 보장하는 피해자 권리이자 국가와 지자체가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이다"라면서 "서울시의 분향소 철거는 피해자뿐 아니라 (추모할 권리를 가진) 우리의 존엄성을 해하는 조치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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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이전하며 종교인들로부터 건네받은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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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이전하며 종교인들로부터 건네받은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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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이전하며 종교인들로부터 건네받은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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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이지한씨의 부모인 이종철씨와 조미은씨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이전하며 종교인들로부터 건네받은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이종철 대표가 "오늘 녹사평 분향소를 정리할 생각입니다"라고 입을 뗀 순간, 영정 앞에 선 일부 유가족들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종교인들이 흰 장갑을 끼고 영정을 하나씩 내려 전달하면, 유가족들은 이를 받아 안아 들고 연신 어루만지며 오열했다. 가족들은 제단 위에 올렸던 꽃이며 음료수, 인형 등을 보관 상자에 담고, 현장을 방문하지 못한 또 다른 유가족들을 위해 흰 천에 영정을 고이 쌌다.

한편, 유가족들은 서울시의 행정대집행이 예고된 오는 15일 오후 1시 시청광장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낮 12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유가족들이 모여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을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한 159배를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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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이전하자, 종교인들이 참석하지 못한 유가족을 대신해 영정사진을 모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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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이전하자, 종교인들이 참석하지 못한 유가족을 대신해 영정사진을 모시고 있다. ⓒ 유성호

 
     
 
#이태원 #이태원참사 #서울시 #추모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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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j@ohmynews.com 정치부에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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