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대구 시민대책회의 활동가들이 국민동의청원 5만명 달성을 축하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다시는 우리 사회에 이런 참사가 없는 행복한 세상이 됐으면"
이날 대구에선 참 인상적인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유가족이 대구에 오는 것을 알고 아침 7시부터 유가족을 만나러 기다린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 청년은 가족을 잃은 슬픔을 먼저 겪은 사람이었습니다.
"참사 책임자들의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화가 났고 유가족들과 연대해 함께 싸우고 싶다"면서 편지를 건넸습니다. 우리와 함께 눈물을 흘리고, 온종일 진실 버스를 함께 타고 대구 시내 곳곳을 다니며 목소리를 냈습니다.
앞으로도 "특별법이 제정되고 책임자가 제대로 처벌받아 이런 슬픈 참사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대구에서 함께 싸우겠다"는 그 말이 무척 든든해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중앙로역에 마련된 지하철 참사 현장을 보존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인 '기억의 공간(추모벽)'에도 방문했습니다.
'기억공간'이라는 글씨가 눈에 잘 띄지 않는, 벽으로 막혀 동굴처럼 들어가야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참사 발생 12년 만에 만들어진 이곳에서 12량의 객차를 뼈대만 남긴 채 모두 태워버린 참사의 끔찍함이 남아있었습니다. 화재 흔적이 남은 벽에는 시민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가 보존돼 있었습니다.
희생자 지민이 아버지 오일석 씨는 아직 이태원 참사 공간도 가보지 못했다고 말하며 벽에 적힌 메시지들을 한참 동안 바라봤습니다. 이날 저녁에 진행된 추모제에서 지민이 아버지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무능과 안전불감증으로 촉발된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재난 안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특별법이 제정돼도 우리 지민이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참사가 발생하지 않는, 더는 길을 걷다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그런 일이 없도록, 그런 사회적 노력의 마중물이 됐으면 합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를 기억했다면, 세월호를 기억했다면, 이태원 참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이태원 참사를 반드시 기억해서 다시는 우리 사회에 이런 참사가 없는 행복한 세상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