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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탄핵심판 최종변론... 증언대 아버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헌법재판관 앞에서 흐느낀 유족 "이상민 책임 물어야"... 장관 측 "중대 법적책임없다"

등록 2023.06.27 18:26수정 2023.06.27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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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안부장관 탄핵사건 마지막 변론기일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이정민 대표 권한대행이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27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심판 최종 변론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흐느끼는 목소리로 시작했다.

이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이정민씨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졌다. 증언대에 앉은 이정민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작년 10월 29일 밤에 느낀 참담했던 심정을 담아서 재판관님들께 말씀드리고자 한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이정민씨는 "제 딸은 결혼 준비 중이었고 29일 당일은 딸이 웨딩 플래너를 만나는 날이었다"면서 "딸이 오후에 나가는 것을 보고 저는 아내와 저녁 먹고 TV를 보고 있었는데 딸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딸 남자친구가 울면서 이태원역으로 와달라는 말을 반복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딸의 마지막 모습을 전하며 흐느꼈다.

"나중에 물어보니 딸 남자친구는 딸과 함께 골목에 있다가 딸이 선 채로 의식을 잃은 것을 목격하고 서서 계속 인공호흡을 했다고 한다. 의식을 잃은 상태로 40~50분을 있었고, 그 후 소방이 왔는데도 15분 이후에야 뒤쪽 구조가 시작되었고, 구조가 시작되고도 20분 가량이 지나서야 저희 딸 주영이가 구조되었다고 한다."

이씨는 "소방은 당시 현장에서 기계로 측정한 후에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구급처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딸 남자) 친구는 상가 건물까지 가서 CPR을 했다"면서 "그 친구도 서 있으면서 압박감에 한 번 의식을 잃었고, 참사의 모든 순간을 목격했음에도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엄청난 상태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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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안부장관 탄핵사건 마지막 변론기일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 권우성

 
그는 이상민 장관이 파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사의 책임자인 이상민 장관은 무고한 생존자와 시민들이 희생자를 살리려고 온 힘을 다할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면서 "이상민 장관은 참사를 인지하고도 1시간 40분이 걸려서야 현장에 도착해서 '이미 골든타임을 지난 시간이었다'라는 발언으로 유가족과 국민을 우롱했다"라고 밝혔다.

이씨는 "이상민 장관은 참사 직후뿐만 아니라 그 이후 유가족에 대한 대응에서도 장관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서 "참사 이후, 기사에 나온 이상민 장관의 발언들은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였다. 그의 어떠한 발언에도 유가족에 대한 예의와 배려, 존중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의 관심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나. 그는 집회와 대통령 경비에만 온통 관심이 집중해 있었고, 이는 10.29 이태원 참사라는 결과를 일으켰다"면서 "참사 당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행안부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 개인을 수호하고 지키는 대통령을 위한 행안부 장관으로서의 역할만 수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참사의 관리 책임자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그 직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참사에서 교훈을 얻고 참사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사회적 재난과 단절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우리 후손들과 역사 앞에, 이태원 참사가 우리 사회, 대한민국의 마지막 참사로 기록될 수 있는 우리 세대의 다짐과 선언이 될 것이다."

"이상민 장관 직무 태만·방임" - "중대한 법적 책임 없어"

이후에는 청구인(국회 소추위원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과 피청구인(이상민 장관) 쪽 대리인들은 서로의 의견을 반박하고 최종 의견을 내놓았다. 김도읍 위원장과 이상민 장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상민 장관 쪽 윤용섭 변호사는 "이 사건 대형 참사를 우리가 확신하고 의심을 하지 않았다면 이태원에서 진행되는 이 행사에 대해서 국가의 권력으로 뭘 했어야 했나. (행사를)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라고 주장했다.

국회 쪽 장주영 변호사가 반박했다. 그는 "만약 피청구인 주장처럼 극단적인 논리를 편다면, 세월호 참사를 막으려면 수학여행 자체를 막아야 하느냐"면서 "극단적인 논리로 피청구인 입장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드러내는 주장"이라고 일갈했다.

반대로 국회 쪽에서 과거 이태원 핼러윈 행사에 기동대가 배치됐다고 주장하자, 이 장관 쪽에서는 "코로나 전에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기동대가 배치되지 않았다. 코로나가 있었던 지난 3년 동안만 기동대가 배치됐다"라고 반박했다.

국회 쪽 노희범 변호사는 "국회는 피청구인에게 정치적 책임, 도의적 책임을 묻는 것이 결코 아니다. 무능력이나 무책임한 발언에 대해 묻는 것도 아니다"면서 "이번 탄핵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피청구인 자신에게 부여된 직무를 태만히하고 방임한 피청구인의 중대한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 장관 쪽 안대희 변호사는 "도의적, 정치적 비판을 떠나 재난의 주무장관이라는 이유 하나로 재난으로 분류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발생한 이 사건 참사에 있어서 중대한 법적 책임이 없는 피청구인을 파면해야 한다는 것은 법치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은 이날 변론을 마무리하면서 "지금까지 양 당사자가 주장한 내용과 증거를 기초해서 사실과 법리에 바탕해서 신중하게 검토한 뒤에 결론을 내겠다"라고 밝혔다. 선고일은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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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안부장관 탄핵사건 마지막 변론기일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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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안부장관 탄핵사건 마지막 변론기일인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 권우성

 
#이상민 탄핵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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