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등학교의 전 학생들과 교직원 단합사진학교 상징인 OWL을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만든 사진으로 학교 페이스북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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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아닌 근로자로 학교에 있었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교직원을 보호하는 장치였다. 학교 스태프로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거나 혹은 부적절한 말을 들었을 때 대응하는 방법이 매뉴얼화 되어 있고, 프로토콜(protocol)이 있어 교직원을 보호한다.
이를테면 학생들의 선을 넘는 행동이나, 발언을 했을 때 1차적 훈육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후 상급자(담임선생님→상담자→교감·교장 선생님)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 상급자는 사안에 따라 바로 반성문, 훈육, 부모님 소환, 강제 전학 등 적절한 대응을 시행한다.
초등학교 내에 유일한 아시안인 나는 지난해 학기 초에 초등학교 5학년(한국의 6학년)에게 처음으로 인종차별이 담긴 모욕적 언사를 들었다. 이민 9년차이지만, 처음 듣는 모욕적인 말에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해, 냉정한 훈육이나 대응이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학생이 한 말을 이메일로 담임에게 보고했고, 다음날 학생으로부터 정중한 사과를 받았다. 한 번만 더 그런 언행을 하면, 교장 선생님께 보고할 것이란 강력한 경고와 함께.
정중한 사과 한 마디로 그 학생이 개과천선하거나 인종차별적 생각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언행을 조심한다. 신기하게도 담임선생님, 상담자, 교장선생님의 훈육은 학생들이 잘못된 행동을 지속할 수 없도록 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톡톡히 한다.
교장의 주된 업무 중 하나는 훈육
교장의 주된 업무 중 하나는 훈육으로, 그 분의 훈육 끝에는 부모님 소환이 있기 때문에 강력한 힘이 있다. 실제로 점심시간, 야외 활동시간에 안전 지시를 따르지 않고 반항하는 학생들에게 '교장선생님께 보고 하겠다'란 경고성 발언을 하니 바로 순한 양이 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우리 ESP끼리 교장의 전신 사진이 필요하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교장 선생님의 훈육은 강력하다. 교장이 하는 훈육의 대상은 대단한 문제를 가진 학생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담임교사와 상담자의 훈육대로 행하지 않는 전교생 모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