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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건 브로커' 수사에 광주·전남 공직사회 긴장

검경 인맥 발판삼아 지자체 공사·수사 개입 정황... 검찰 '칼끝' 어디까지 향하나

등록 2023.08.17 11:32수정 2023.12.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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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에 구속된 '사건 브로커' A(62·사진)씨는 자신의 SNS에 고위 경찰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사진을 게시해왔으나 최근 돌연 사진을 삭제했다. 그와 친분이 깊은 검경 관계자들은 대체로 골프 모임을 통해 만남을 지속해왔다.
검찰에 구속된 '사건 브로커' A(62·사진)씨는 자신의 SNS에 고위 경찰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사진을 게시해왔으나 최근 돌연 사진을 삭제했다. 그와 친분이 깊은 검경 관계자들은 대체로 골프 모임을 통해 만남을 지속해왔다.독자 제공
 
검찰에 구속된 60대 브로커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이 광주·전남지역 공직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보행 데크(deck) 관급공사 알선업자로 알려진 A(62)씨는 정권과 가까운 인물에게 접근하거나 수사기관 고위 간부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공직자들이 포함된 향우회를 주도하며 종횡무진 지역을 누볐다.

그를 'A 회장'이라고 치켜세우던 검경의 간부들이 오랜 기간 뒷배를 자임하는 사이, A씨는 '해결사' 행세로 지자체장과 측근들에게 접근해 관급 공사 수주에 개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오마이뉴스> 취재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수사 무마'를 대가로 거액을 챙긴 A씨의 수사 과정에서 검경과 지자체 공직자들이 비위에 연루된 혐의를 포착, 수사 확대를 검토 중이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는 지난 4일 가상자산 투자 사기 혐의로 광주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B씨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 '수사 무마'를 대가로 건네받은 금품만 고급 수입차와 현금 15억원, 10억원 대 가상자산으로 알려졌다.

A씨 구속한 검찰 칼끝, 어디까지 향하나

검찰은 A씨에 대한 압수수색과 자료 분석, 참고인 진술 과정에서 검경과 지자체 공직자 다수가 비위에 연루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법조계에서는 지방선거 불법 개입과 단체장 수사에 대한 편의 제공, 대가성 관급공사 수주, 검경의 수사정보 유출과 금품·향응 수수, 경찰 인사 비리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A씨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다른 혐의에 대한 부분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검경 내부와 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비위의 고리가 연결됐다면, 검찰 지휘부의 수사 의지가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은 A씨가 검경 인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오면서 수사 정보 일부를 제공 받아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가 '해결사'로 등극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런 친분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주변에 알려지면서다.

A씨가 구속되자 경찰 내부에서 먼저 그와 친분이 두터웠던 전·현직 간부들의 실명과 함께 연루설이 터져 나왔다. 그는 20여 년 전부터 시·도 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을 비롯한 다수의 간부 경찰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광주·전남경찰청 내부에서는 A씨가 관리해온 간부 경찰관이 70~80여명에 달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광주광역시경찰청과 전라남도경찰청 청사 전경.
광주광역시경찰청과 전라남도경찰청 청사 전경.안현주

친분 깊은 경찰간부 수십 명, '인사 청탁' 창구

시·도 경찰청 계장급이자 총경 승진 대상자에 해당되는 경정급 간부들 중 밥 한 번 먹지 않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찰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A씨였다는 것.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간부들의 승진이나 보직 인사를 친분이 있는 고위 간부나 영향력이 큰 인사에게 대신 청탁해주면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한 번 은혜를 입은 경찰 간부들은 그를 깍듯이 모시면서 또 다른 선후배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A씨가 수 년에서 십 수년 동안 인사 관리를 해온 고위직 경찰관도 있다는 전언이다.

검찰에서도 최근 그와 밀접했던 전·현직 치안감급 간부들과 지역의 총경·경정급 간부들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실도 이번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주목하고, 해당자들을 상대로 진상을 파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A씨는 고위 경찰 간부와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등 친분을 과시했고, 실제로 인사 청탁이 먹혔던 인물로 알고 있다"며 "승진 시기에 만났다면 돈다발을 건네고서라도 욕심이 생기지 않았겠느냐"고 되물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사·수사관 연루설 확산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검사와 수사관 2~3명이 연루됐다는 소문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검찰 내부를 잘 아는 법조계에서는 A씨와 어울렸던 광주지검과 산하 지청 수사 관계자들 실명이 직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A씨의 영향력이 검찰 내부까지 파고들었다는 얘기다.

동갑내기로 광주지검 수사과장을 지낸 주기환(62) 국민의힘 광주광역시당위원장도 A씨와 친분이 깊다. 다만, 주 위원장은 "지방선거 출마 당시 A씨가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제 이름을 팔고 다니길래 질책하고 거리를 둬왔다"며 "어떠한 편의도 제공받은 바 없고,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과 밀접한 전직 경찰 간부들의 연루설도 흘러 나온다. 전직 총경급 간부가 전직 검찰 간부를 등에 업고 경찰 인사와 수사에 개입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 경찰의 수사대상에 오른 기업 대표를 해당 경찰서 고위 간부의 가족상에 데려와 눈도장을 찍게 만들었다가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또 전직 고위급 경찰 간부는 A씨와 밀접해 연루설이 나오지만 인척이 검찰 내 실력자여서 수사 대상에서 배제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떠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검찰 내부에서도 사건의 규모나 개입된 인사들의 면면을 볼 때 대검 지휘에 따라 수사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직 비위에 대해 엄단해온 검찰의 방침을 볼 때 드러난 문제들을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광주지방검찰청·광주고등검찰청
광주지방검찰청·광주고등검찰청안현주

수사 인맥을 '병풍' 삼아 자치단체 접근
 

검경은 A씨가 지속적인 사업 영위를 위해 자신의 주특기인 수사 인맥을 활용해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었던 자치단체장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A씨는 올해 광주경찰청이 수사 중이었던 전남 중부권 한 자치단체장의 사건을 무마를 위해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수사팀이 외압에 굴복하지 않자 수사책임자와 수사담당자에 대한 험담을 일삼고, 인사발령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광주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은 "당시 경찰 내부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건이었다"며 "수사팀이 A씨의 압박을 버티며 수사했음에도 일부 수사정보가 유출되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고 밝혔다.

역시 전남경찰청이 수사하던 전남 서부권 한 자치단체장 사건에도 A씨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 당시 A씨가 해당 자치단체장의 캠프 실세와 접촉해 경찰이 조사하던 사건 무마를 위해 노력했고, 사건이 잘 풀려서 선거 이후 A씨의 가족 회사가 공사 수주와 관계된 혜택을 봤다는 말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돌았다.

이처럼 A씨가 지방선거 전후로 후보나 당선자가 현행법에 저촉된 지자체 4~5곳의 경찰 수사에 개입했다는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대가성 수주나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게 됐다.

전남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은 "A씨가 검경의 인맥을 바탕으로 시·군·구와 공사·공단 같은 기관에서 발주하는 산책로, 수변 데크 공사를 수주해온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며 "수사기관 인사들이 포함된 50여명 규모의 향우회를 주도하면서 지자체 근무하는 다른 향우를 소개 받는 방식으로 세를 넓혀 왔다"고 말했다.
#공직사회 #관급공사 #사건브로커 #광주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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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통신 기자를 거쳐 오마이뉴스 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사 제보와 제휴·광고 문의는 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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