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문 앞 피켓을 들고 계신 학부모
김광선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아이들이 물었다
"이게 뭐예요?"
"어디서 봤는데... 꽃다운 나이에... 이렇게 쓰여있는 거 뭐예요?"
교실에서 질문하는 아이들이 생긴 건, 지난 9월 1일 교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던 한 학부모님 때문이었다. 등교 시간은 잠깐이었지만, 아이들은 허투루 보지 않았다. 그 학부모님은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고, '공교육 멈춤 행동'을 지지한다는 문구를 담은 피켓을 들고 계셨다.
2학기에 다시 만난 아이들에게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에 대해 설명할 수 없었다.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명랑하게 수업을 이어갔다. 대신 우리 교사들은 자괴감, 미안함, 동일시에 계속 우울했다. 서이초 선생님, 아동학대 신고 위협, 민원 고통, 49재 등과 연관된 말만 하면 서로 등을 돌리며 눈물을 훔치기에 바빴다.
"이따 얘기해 줄게. 거기엔 아주 슬픈 사연이 있어."
학부모님의 피켓으로 아이들에게 설명할 기회를 얻어 기뻤다. 어떻게 얘기할지를 몰라서 하교 전에 간단하게 말을 끝냈는데 아이들이 이야기한다.
"선생님은 죽지 마세요."
"제가 졸업할 때까지 이 학교에 계세요."
눈물이 핑 돌았다. 마음 속으로, 이렇게 되뇌었다.
'그래, 너희들 곁에 있을 거야. 너희들이 자라는 모습 다 보면서 들으면서 흐뭇해하면서 어딘가에서 꿋꿋하게 살 거야. 너희들에게 힘이 될 거야. 대신 선생님한테도 힘이 되어줘야 해.'
또 다른 죽음, 또 같은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