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파트 단지 자료사진.
연합뉴스
서울은 아주 오랫동안 민주당의 근거지였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울에서 패배하고 승리한 적은 없다. 민주당에게 있어서 서울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전략거점이다.
그랬던 서울이 2014~2021년에 걸친 부동산 대세상승을 경험하며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강남3구를 위시해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의 집값이 다락같이 올랐고 그 외 나머지 자치구들의 집값도 급등했다. 그리하여 지금의 서울은 명실상부한 중상층 도시로 재편됐고 부동산 관련 이슈(부동산 관련 세금이나 재건축 및 재개발 등의 이슈)에 다른 어떤 지역보다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강남3구는 말할 것도 없고 강북에서 손 꼽히게 집값이 높은 공덕동, 아현동, 도화동, 용강동, 대흥동, 염리동, 신수동이 포진한 마포갑에서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한 건 의미심장하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민주당이 승리한 곳 대부분에서 민주당은 직전 총선에 비해 득표율이 줄었는데 정권심판론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이렇게 고전(?)한 이유를 부동산 이외에 다른 곳에서 찾는 건 어려울 성 싶다. 강남과 마용성은 물론이거니와 서울에 주택, 그 중에서도 아파트를 소유한 유권자 상당수에게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의 부동산 감세 정책과 재건축 및 재개발 규제 완화 드라이브가 주효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히 합리적이다. 서울 유권자들의 표심이 이렇다면 민주당이 다음 대선에서 서울 필승을 장담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건 사실 서울이기 때문이다. 20대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후보)은 1639만4815표(48.56%)를 얻어 1614만7738표(47.83%)를 획득한 이재명 대표(당시 민주당 후보)을 눌렀다. 두 사람 사이의 전체 표차이가 24만7077표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지난 대선의 승패를 갈랐던 건 서울이었다.
특히 충격적인 건 이재명 대표가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승리한 구가 11개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이재명 대표는 은평, 서대문, 강북, 도봉, 노원, 성북, 중랑, 강서, 구로, 금천, 관악에서만 승리했으며 이긴 구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을 근소하게 앞섰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14개구(종로, 중구, 동대문, 마포, 용산, 성동, 광진, 양천, 영등포, 동작, 서초, 강남, 송파, 강동)에서 승리했다. 특히 서초에서 윤 대통령은 65.13%를, 강남에서 67.01%를, 송파에서 56,76%를, 용산에서 56.44%를 얻어 이 대표를 압도했다. 강남, 서초, 송파, 용산에서 윤 후보는 이 후보보다 31만9478표를 더 득표했는데 이것이 대선의 결과를 좌우하다시피했다.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서 지난 대선 결과가 돌연 오버랩 되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분명한 건 욕망에 불을 지르는 국민의힘의 부동산 정책에 효과적으로 맞설 민주당표 부동산 정책, 예컨대 창조적 재건축 및 재개발 대책이 지금부터 준비되지 않는다면 서울이 민주당에게 우호적인 도시로 남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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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앞으로 꽃길? 서울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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