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달 13일 오후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0일 법정에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좁은 골목길을 두고 "평상시에 그렇게 사람 통행이 많은 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장소가 이태원역 1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해 세계음식문화거리로 올라가는 주요 길목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인파사고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무리한 주장을 편 것이다.
박 구청장은 이날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김병일·백송이) 심리로 열린 업무상과실치사 사건 공판에서 마지막 피고인 신문을 받았다. 박 구청장은 '사고 장소가 이태원역 1번 출구를 나와 30미터만 직진하면 나오는 세계음식문화거리로 갈 수 있는 최단거리 통로라는 사실을 인지했나'라는 검찰 측 질문에 "오히려 사고가 나지 않은, 해밀턴 호텔 오른쪽 길('만남의 광장' 길)이 훨씬 많이 이용하는 길"이라며 "사고가 난 길(해밀턴 호텔 왼쪽 길)은 '만남의 광장' 길보다는 좁고, 많이 이용하는 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 구청장은 그러면서 "(참사가 난) 그 길 자체가 평상시에, 또 주말에 굉장히 통행이 많은 길은 아니다"라며 "그래서 그 길에서 그런 대규모의 사고가 날 거라고는 상상조차도, 생각조차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인파로 인한 참사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박 구청장과 함께 피고인 신문을 받은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 역시 비슷한 논리를 폈다. 최 전 과장은 '이태원 일대가 매년 10월말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가장 발달한 핫플레이스이자 성지인 게 맞나'라는 검찰 측 질문에 "핼러윈 축제가 과거 이태원에서 시작한 건 맞지만, 최근에는 이태원이나 강남·신촌·이대 등 거의 구분 없이 전체적으로 많이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굳이 이태원을 (핼러윈 축제의 장소로) 특정하는 건 요즘 추세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변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이태원 일대 핼러윈 축제 인파가 줄어든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다.
박희영 구청장은 참사 당일(2022년 10월 29일) 부하 직원들이 인파 밀집으로 인해 이동이 어렵다는 내용의 순찰 기록을 남긴 데 대해선 "나중에 사고가 나고 나서 확인했다"고 했다. 박 구청장은 "직원들이 시간대에 따라, 위치에 따라 다르게 봤지만, 교행이 가능하다고 본 직원도 있고, 어렵다고 본 직원도 있었다"고 했다.
용산구청 안전국장 "지구촌 축제 때처럼 차도 통제했다면..."
이날 재판부는 또 다른 피고인인 문인환 전 용산구청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게 이태원 참사 발생 2주 전 주말인 2022년 10월 15~16일 이태원에서 열렸던 '지구촌 축제'와 비교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재판부가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지구촌 축제에는 100만명이 운집했고, 핼러윈 데이로 사고가 발생한 2022년 10월 29일에는 5만 7349명이 운집했다고 돼있는데, 지구촌 축제에 비해 운집된 인파가 훨씬 적다고 해석하나'라고 질문하자, 문 전 국장은 "직설적인 답변을 바로 하지 않고 약간 우회해서 말씀 드리면, 지구촌 축제에 모인 인파는 주로 도로에 집중돼있었다"고 답했다.
지구촌 축제 때는 이태원 일대 4~5차선 차도를 통제해 그 위로 인파가 통행했던 반면, 이태원 참사 당일에는 차도에 그대로 차가 다녀 도보 위의 인파가 분산되지 못했던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문 전 국장은 참사 후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던 당시 "지구촌 축제의 경우 철저하게 안전 대책을 수립하여 차량도 통제하고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등, 안전 관리를 철저히 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 이번 사고(이태원 참사)의 경우에도 안전 대책을 세워 관리를 했다면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다"라고 진술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국장은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 해당 진술에 관해 묻는 검찰 측 질문에 "그 진술의 배경은, 이태원 지구촌 축제는 주최가 있는 행사였기 때문에 안전관리 계획을 세워 철저하게 안전대책을 실행했기에 안전사고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핼러윈 데이 관련해서는 사후적으로, 결과적으로 봤을 때, 이렇게 많은 재난을 당했는데, 지구촌 축제 때처럼 안전관리 대책을 세워서 진행했으면 안전사고가 없었겠다는 사후적인 안타까움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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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 많은 길 아니었다"는 박희영, "이태원만 집중 아니었다"는 안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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