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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대대장 "죽는 날까지 채 상병 혼자두지 않을 것"

퇴원 하루 앞두고 김경호 변호사 통해 국가인권위 진정서도 공개

등록 2024.06.12 21:53수정 2024.06.1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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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예천군 수해로 순직한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기 위해 해병대 제1사단 제7포병 대대장과 김경호 변호사가 지난 4월 22일 오전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 출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고 채 상병의 직속상관이었던 이아무개 중령(사고당시 해병1사단 포병여단 포7대대장)이 정신병원 퇴원을 하루 앞둔 12일, 변호인을 통해 "국민적 관심과 응원이 큰 힘이 되어 퇴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 중령은 지난해 7월 19일 채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기 하루 전 집중호우로 불어난 하천 상황을 보고 선임대대장인 포11대대장에게 수변 수색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경고했던 지휘관이다.

이 중령의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는 이날 저녁 이 중령의 퇴원 관련 정보를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이 중령은 퇴원당일인 13일 오후 가장 먼저 고 채 상병이 안장된 대전 현충원을 참배할 예정이다. 김 변호사가 사전에 공개한 방명록 작성 글귀는 아래와 같다.

사랑하는 나의 전우 수근이에게.
너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도 못한 채
그 어두운 곳에 혼자 있게 해서 정말 미안해. 

우리 부대원이어서 고마웠고, 자랑스러워.
부모님과의 마지막 약속은 꼭 지킬께.
대대장이 죽는 그날까지 너를 잊지 않고 외롭게 혼자두지 않을께.


이 중령은 14일 채 상병 순직 사고 현장인 경북 예천군 내성천을 찾을 예정이다. 김 변호사는 언론이 이 중령의 일정을 취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현역 신분인 관계로 인터뷰는 어렵다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


김 변호사는 아울러 이 중령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할 진정서도 공개했다. 이 중령은 진정서에서 "채 상병 해당부대장으로서 당시 사건 조사를 이유로 부대로부터 분리되어 부대로 갈 수도 없었고 부대원들과 만날 수도, 관련된 얘기를 할 수도 없던 기간이 134일 정도 된다"고 밝혔다.

이 중령은 이어 "수사결과 혐의자 8명 중 저와 다른 대대장을 제외하고 분리된 인원은 없었고 각자의 자리를 지키거나 임무를 완수한채 차후보직으로 이동하여 지내고 있다"면서 "왜 대대장 2명만 분리되어야했었는지 모른채 분리되어있던 도중 사령부에서 실시하는 중령급 교육에도 참가시키지 않은 채 차별하여 대대장 2명을 욕보이고 슬픔의 눈물을 멈추지 않게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대대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이 압수수색을 했고,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자료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방에서 경찰이 압수한 물품은 휴대폰 2대가 전부였다고 밝혔다.

이 중령은 "사고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몇 번의 자살 시도가 있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살아나게 되었고 아픔만 커져갔다"고 털어 놓았다. 또 이미 자신은 35개월 동안 대대장 보직을 수행했으니 보직 만료(포병대대장의 경우 30개월) 처리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사단은 보직해임 심의위원회를 열어 보직해임 시켰다고 밝혔다.

이 중령은 "혐의자 8명 중 왜 대대장 2명만 보직해임이 되어야 하고, 5개월여 부여되는 임무도 없이 출퇴근만하여 자리만 차지하면서 (중략) 인사관련 인권을 침해당해야 하는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진정서를 제출한다"고 강조했다.

이 중령 가족 "입수지시의 존재여부가 원인규명의 시발점"

이 중령 가족들도 이날 공개한 입장문을 통해 "가족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을 유족들께 위로를 전하며, 채 해병의 천상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이 중령 가족들은 "현재까지 해병대 군대생활 555개월을 복무한 해병 가족으로서, 누구보다도 더 해병대를 아끼고 사랑하는 해병대 예비역의 일원"이라면서 "신상필벌과 일벌백계로 추상같은 집행에 소홀함이 없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가족들은 임성근 전 사단장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입수지시의 존재여부가 원인 규명의 시발점"이라면서 "현재까지 끊임없이 무과실,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데 실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성토했다,

또 "해병대와 같이 위계질서가 엄격한 부대에서 상급자의 지시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하급자 스스로가 상급자의 뜻에 역행하는 지시가 가능한가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면서 "입수지시 자체가 중요사항이지 무릎아래 또는 허리까지 들어가라고 했다는 둥은 자연천의 강바닥에서 지면을 염두에 두지 않은 무지의 발로이거나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정확한 진상규명을 요청하면서 "후일담이지만 (이 중령이) '엄마 만약에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저도 바로 물에 뛰어 들어갔을 겁니다' 그렇게 살아오고 그렇게 살아갈 해병가족"이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이 중령의 아버지(병 185기)와 형제들(병795기, 병851기, 병867기, 해병대사관 89기)은 모두 해병대에서 복무했다. 특히 이 중령과 바로 위의 형은 해병대 병사로 만기전역한 후 다시 사관89기로 함께 임관했다.
#포7대대장 #임성근사단장 #채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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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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