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역 앞에서 아리셀 참사 희생자 고 김지현씨의 어머니지이자, 고 이향단씨의 이모인 지경옥씨가 시민들에게 전하는 편지글을 읽고 있다.
임석규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서울역을 향해 행진했다. 선두에 선 유족들 뒤로는 수많은 시민이 함께 했다. 그중 하나인 류호규(47)씨는 "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에서 왔다"고 했다. 류씨는 "사실 저도 지난 2002년 일을 하던 중 손가락 3개가 잘리는 산재를 당했다"며 "매번 반복되는 산재 사고에 참담하다. 앞서 걸어가는 유족분들께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정부가 책임지라", "진상을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하라" 등의 구호에 맞춰 걸음을 옮겼다. 길을 지나던 한 시민은 자동차 창문을 내리고 이들을 향해 "파이팅", "힘 내세요"라고 응원을 전하기도 했다.
서울역에서 시민들 만난 유족
서울역에 도착한 오후 5시부터는 추모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유족들은 수많은 시민에게 아리셀 참사를 알렸다. 고 김병철씨의 아내 최현주씨는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는 그들에게 죗값을 묻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최씨는 "제 남편은 아리셀 연구소장으로 일하며 2027년에 진행할 연구계획까지 세워 놓았을 정도로 회사에 최선을 다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회사는 참사 직후 사과도, 눈물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리셀 측은 김앤장(대형 로펌)을 선임한 이후에야 전화를 걸어 죄송하다고 했고, 빨리 합의하면 (보상금) 5천만 원을 더 주겠다고도 했다. 심지어 제 남편의 합의 제안서를 다른 고인의 유족에게 전달하기도 했다"며 "(회사는) 자기 잇속을 계산하기 전에 동료의 죽음에 함께 울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송성영 대책위 공동대표는 "(이번 참사로)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 인권, 노동권을 무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반인권적 정책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윤 정부의 대처에 진상조사와 진실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리셀 참사는 위장도급, 불법 파견이 불러온 예견된 집단 참사"라며 "▲ 이주노동자의 안전 대책 법제화 ▲ 사고 전조증상에도 안전 관리를 방치한 책임자 처벌 ▲ 정부의 관리 감독 강화 ▲ 민관합동 조사위원회를 통한 철저한 원인 규명 등으로 중대재해 참사 반복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참사로 아들 김용균씨를 잃은 엄마 김미숙씨도 힘을 보탰다. 김씨는 "아리셀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어려운 이유는 정부의 안이한 태도가 한 몫 했기 때문"이라며 "국회는 정치적 득실을 논하는 대신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라, 정부는 책임자들을 모두 구속수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살려 그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라"고 주문했다.
아리셀 유족의 편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