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서 참석해 공영방송 '졸속 선임' 논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유성호
그러면서 두 위원은 그릇된 비유를 동원해 자신을 방어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청문회가 열리는 것을 두고 '고문'이라거나 조지 오웰 소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문구 등 극단적 표현을 써가면서 '적의'를 드러냈다. "비유를 하자면 (방통위 간부들이) 고문받듯이 하는 걸 보고(청문회 출석하게 됐다)", "여기서 느끼는 게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는 걸 느낀다" 등의 발언이었는데, 야당 의원들을 '무찔러야 할 적'으로 생각하는 이 위원장의 신념(?)이 고스란히 투영된 것처럼 보였다.
야당 의원들은 시종일관 '배 째라'로 일관한 두 방통위원을 끈질기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청문회는 자정을 넘겨 다음날(15일)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계속 앉아 있었다, 정신적으로 굉장히 지친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청문회 종료를 호소했지만, 최민희 위원장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거 호소하시면 안 된다"면서 추가 질의를 이어갔다.
두 방통위원이 쌓아 올린 '모르쇠' 전략은 야당 의원들 공세에 무너졌다. 방통위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증명할 여러 사실들도 밝혀졌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로 지원한 성보영 후보를, 본인 의사를 묻지 않은 채 감사로 임명한 점, 김태규 직무대행이 공영방송 이사와 관련해 접수된 국민의견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점, 방통위 사무처가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들에 대해 정당 가입 이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점, 두 방통위원이 제대로 된 서류 검증도 없이 엉터리 이력을 기재한 인물을 방문진 이사로 뽑고, 관련된 법률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내용들을 보면, 2명의 방송통신위원이 회의 내용 공개를 한사코 거부했던 이유도 짐작된다. 국회는 오는 21일에도 공영방송 이사 선임 문제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들을 불러 청문회를 연다. 아울러 야당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도 추진하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불법, 탈법, 졸속 정황들이 나올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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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김태규의 도발, 더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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