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보이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한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7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를 확정받자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참사 이전 대비 단계에서는 물론,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의 대응에서도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참사가 일어난 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6분으로부터 4시간여 전인 그날 오후 6시 34분부터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주변에서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시민들의 112 신고가 11건이나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는 서울청 경찰들의 잘못이 아니라 경찰 내부의 "인적·물적 한계"에 기인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당일 근무한 112 신고 접수반원은 25명 정도로, 상당히 많은 양의 신고를 처리했다고 진술하고 있다"라며 "서울경찰청 112 상황실에서 (참사 당일)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이뤄진 1800건의 112 신고 접수 상황과 코드 분류 내용들이 반드시 불합리하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통상 서울 지역에서 시민들이 112신고를 하면 서울청 112상황실에서 최초 접수한 뒤 중요도에 따라 코드0~4를 분류해 관할 경찰서로 내려 보내는데, 이태원 참사 전 11건의 신고가 중복됐던 것만으로는 서울청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할 만한 시스템이 미비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참사 전)오후 9시를 전후해서 수분 간격으로 112신고가 접수된 건 맞지만, 서울청 112 시스템의 콜백 기능만으로는 특정 장소에 동일한 안전 사고 우려 신고가 발생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실제 혼잡 상황은 현장에 출동한 관할 경찰관이 가장 잘 알고, (서울청은)관할 경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관할서인 용산서가) 112 신고를 종결 처리하는 이상, 서울경찰청에서 별도로 이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조치해야 될 법적인 주의의무까지 부과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같은 논리로 법원은 참사 당일 112 당직 근무를 서고 있던 류미진 전 서울청 112상황관리관과 정대경 전 서울청 112상황3팀장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참사 당일은 토요일이어서, 류 전 상황관리관이 주말 당직 순번의 형태인 112상황관리관으로서 서울경찰청장의 상황관리 업무를 대행하고 있었다. 그 하급자인 정대경 전 112상황3팀장은 야간 당직을 서고 112신고에 대응하고 있었다.
법원은 참사 당일 김 전 청장이 인근 용산 대통령실 앞 반정부 시위에 동원된 대규모 경찰관 기동대 중 일부만이라도 이태원에 재배치해 참사를 막았어야 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역시 관할서인 용산서로부터 기동대 지원 요청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급기관인 서울청 잘못이 아니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용산서에서는 서울청에 (경찰관 기동대가 아닌)교통 기동대를 요청한 외에는 경력 요청을 한 적이 없고, 오히려 서울청 경비과에 이 사건 당일 저녁 8시 52분부터 56분경 사이 용산서장이 지휘하는 경찰관 기동대 경력까지 집회 시위 현장에서 해산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을 보내기도 했다"라며 "김 전 청장이 (경찰관 기동대 재배치 등)더 이상의 지시를 내리지 않았던 것이 감독 책임을 해태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당일, 참사 현장에서 불과 1400미터 떨어진 대통령실 앞에는 67개의 경찰관 기동대가 배치돼있었다.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를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김 전 청장은 토요일임에도 이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출근해있었고, 오후 8시 33분께 시위가 마무리된 이후 퇴근했다. 경찰관 기동대 역시 그대로 해산됐는데, 이태원 일대에는 혼잡 경비 전문인 경찰관 기동대가 전혀 없었다.
퇴근한 김 전 청장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후 1시간 20분이 지난 당일 오후 11시 36분에야 이임재 전 용산서장의 전화를 받고 처음 참사 상황을 인지했다. 정 전 112상황3팀장은 오후 10시 59분께 소방에서 연락을 받은 뒤에야 참사 사실을 알았고, 류 전 상황관리관은 오후 11시 39분에야 처음 인지했다. 심지어 류 전 상황관리관은 당직 근무 위치인 112상황실을 벗어나 있었는데, 법원은 이날 이를 '업무상 과실'로는 인정했지만, 참사와의 인과관계는 없다며 무죄를 유지했다. 설령 112 상황실에 정착근무를 했더라도 상황관리관 좌석에 112시스템이 설치돼있지도 않고, 112 신고 접수 및 지령대 쪽과는 거리가 멀어 대처하는 데 차이가 없었다는 류 전 상황관리관 측 주장을 재판부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러한 물적 현황이 국민들 보기에 선뜻 이해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현장 관리에 관한 1차 책임자인 용산서장 책임과 별개로 이를 지휘하는 서울청장으로서 그 임무를 총괄하고 소관 경찰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할 지위에 있는 김 전 청장에 대해서도 그 직무 수행에 있어서 매우 유감스러운 측면이 있음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다만 우리가 판단하는 것은 형사 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업무상 과실"이라고 했다.
용산구청 이어 서울경찰청에도 "전부 무죄"… 울부짖은 유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