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호 원내대표가 보여주는 휴대폰 화면을 보고 있다.
남소연
대표적인 친한계 인사이자 수석 최고위원인 장동혁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대표의 의중에 대해 "담화가 종결이 아니라 그래도 변화를 시작하는 출발이다"라며 "그러니 이제 그 내용들을 조금 더 구체화하고 신속하게 속도감 있게 결론을 내고 뭔가 성과를 낸다면 그래도 민심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다"라고 전했다.
"이제 시작됐고 뭔가 그래도 출발을 했는데 여기에서 자꾸 또 뭔가 이렇게 대립하고 각을 세우는 것보다는 이제는 그렇게 했던 그 힘들을 이제 이재명 대표의 선고가 얼마 남지 않았고, 또 위증교사 선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라며 "그 사이에는, 즉 대통령실에서도 성과를 내고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 시간을 기다려주고 그 기다리는 시간 안에는 그동안 흩어졌던 힘들을 대야 공세에 집중하자라는 쪽으로 지금 전략을 짜고 있다"라는 해석이었다.
문제는 친한계의 이런 기대와 달리 '국민 눈높이'가 그러지 못하다는 데 있다.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이고, 또 하나는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한 부분이다.
친한계의 자의적 해석과 달리, 13일에 발표된 두 여론조사 모두 윤 대통령 기자회견을 향한 국민 여론이 매우 비판적이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한길리서치가 지난 9~11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부족했다'는 응답은 73.5%(매우 부족함 63.3%, 조금 부족함 10.2%)로 압도적이었다(유선 전화면접5.8%, 무선 ARS 94.2% 병행, 응답률은 5.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업체 조원C&I에 의뢰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 담화 및 기자회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한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긍정 평가'가 25.7%에 머무른 반면, '부정 평가'는 70.6%나 됐다(휴대전화 100% RDD 방식, 응답률 3.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
특별감찰관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여당 내부는 특감을 마치 소위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처럼 다루고 있지만, 당 밖에서는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훨씬 높다. 특감으로 특검을 막을 수 없는데도, 당장 특감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한 대표의 선택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국민을 보고 가든가 아니면 같이 죽든가"
결국, 중도층까지 지지세를 확장하고, 수권 정당으로서 지지층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은 아닌 셈이다. 탈출하려는 '집토끼'만이라도 잡아보겠다는 궁여지책이다.
그러다 보니 차기 '대권주자'로서 한동훈 대표의 지위도 흔들린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C&I에 의뢰한 위 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를 물었을 때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고른 이들은 46.9%였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지지율은 17.0%에 그쳤다.
거기다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이른바 '당원 게시판' 논란이다. 한 대표가 본인과 배우자 등의 이름으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무더기로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관련 기사:
진짜? 장예찬 "한동훈 가족 동일 명의 게시글 총 756개" https://omn.kr/2ayk0). 당은 동명이인일 뿐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의혹의 불길이 번지며 결국 추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조사를 지시했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는데, 이를 방어하는 친한계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한 대표가 이 문제로 궁지에 몰린 탓에, 용산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기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에 "그동안의 과정을 복기해보면 '약속대련'인 것 같다. 용산과 물밑에서 조율한 흔적이 있다"라며 "여권의 위기 국면이 조금 완화는 됐지만, 근본적인 개선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별화와 공조 사이의 딜레마인데, 한동훈 대표는 이제 결정을 해야 한다"라며 "가장 좋은 그림은 윤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쇄신하게 만드는 것인데 그걸 지금 못하고 있다. 그러면 남은 것은 국민을 보고 가든가 아니면 같이 죽든가 하는 시나리오"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8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