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만 살았던 아내 뜻 따라..."

등록 2000.11.17 16:10수정 2000.12.1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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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결혼식 때문에 경남 남해에 내려 왔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는 슬픔을 겪어야 했던 한 서울남자가 가해자가 준 합의금 모두를 남해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증해 주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장상근 씨(33·서울 강북구 창동). 지난 9월 3일 일요일, 장씨는 부인과 함께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남해로 향했다. 평소 친하게 지낸 전 직장후배 정아무개 씨가 남해에서 결혼을 했기 때문. 하지만 사천공항에서 남해읍으로 오던 길, 맞은 편에서 달려오던 상용차가 중앙선을 침범해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다행히 장씨는 조금 다치고 말았지만 불행히도 부인이 크게 다쳐 2주간 뇌사상태에 빠져 있다가 사망했다.


그후, 지난 15일 장씨는 구속된 운전사 부모와 최종합의를 하러 남해에 내려왔다. 이날 운전사 부모는 합의금조로 600만원을 내놓았다. 하지만 장씨는 합의금을 받고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합의금을 조사를 맡았던 남해경찰서 박봉기 경장에게 "좋은 일에 써달라"며 건넸다.

박경장은 처음에 부담스러워서 사양했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에 가서 좋은 일에 쓰시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씨는 "서울엔 돕는 시설과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워낙 착하게 살았던 사람이라 아내도 이러길 바랄 것이다. 내가 어떻게 이 돈을 쓰겠냐"면서 박경장에게 다시 돈을 건넨 후 문을 나섰다.

이후 박경장은 군내 복지시설인 '자애원'과 '사랑의 집'에 각 300만원씩의 후원금을 전했다. 각 시설의 책임자들은 "여태껏 이런 후원금은 받아본 적이 없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이 뜻깊은 돈이 정말 소중하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합의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던 길, 어렵사리 연결된 전화통화에서 장상근 씨는 "아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주변 사람들은 다들 아내가 워낙 착한 사람이라 살아날 거라고들 했었다"면서, "개인적으로 완전한 용서는 힘들겠지만 나도 운전하는 입장에서 사고는 누구나 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고, 사고를 낸 쪽 형편도 어려운 것 같아 무조건 합의해주는 게 그동안 착하게만 살아왔던 아내의 뜻일 거라고 믿었다"라고 말했다.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한 건 절대 아니고 그저 아내처럼 착하게 살려고 노력한다"는 장씨. 그에겐 5살난 아들이 있다. 요즘은 아들 보는 재미로 살아가고 있단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지난 11월 17일 남해신문에 실렸던 기사를 조금 더 보충해서 올린 기사입니다. 남해신문사 홈페이지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www.digital-n.net)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지난 11월 17일 남해신문에 실렸던 기사를 조금 더 보충해서 올린 기사입니다. 남해신문사 홈페이지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www.digital-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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