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의 인생, 이애주 인터뷰

이애주의 춤의 삶

등록 2000.12.05 01:13수정 2000.12.0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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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주의 한 판 춤 인생

초등학교 시절부터 전통 춤을 배우셨다 하셨는데,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춤 인생의 시작은 어떠한 것이었나요?

"어려서부터 배우지도 않은 춤을 혼자서 추곤 했어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부모님께서 춤을 공부할 수 있도록 정식기관에 넣어주셨지요. 첫 스승님은 국립국악원에서 궁중무를 추어오시던 김보남 선생님이셨구요. 대학 입학을 앞두고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무용과가 없다는 것을 알았고 마침 서울대 체육 교육과에서 무용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서울대로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기적으로 '춤판'을 벌이셨는데, '판'이라는 형식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그것이 서양의 '공연'이라는 형식과 다르다면 어떤 면에서입니까?

"'판'은 열려진 개념이에요. 서양은 stage라는 사각의 닫혀진 무대, 일면에서 보여지는 직선적 무대를 가지고 있지요. 우리의 무대는 원으로 터져 있어 마당 판으로 생각할 수 있어요. 우리의 집을 보더라도 안방, 건넌방, 마당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형태를 띠고 있잖아요. 무대라 하면 서양의 프로시늄 스테이지를 연상하는데 그와는 다른 것이죠. 애석하게도 요즘엔 공연이라 하면 모두 서양의 스테이지를 떠올려요. 곡선적이고 열린 개념이 닫히고 직선적인 개념으로 바뀌어서 춤도 함께 망가지고 그러는 것이죠.

강의 시간에도 일렬로 마주 보는 형태가 아닌, 반원으로 앉아서 수업을 하고 있어요. 모두가 동등한 상태, 주인도 없고 객도 없는 입장에서 함께 대화하고 바라볼 수 있는 그럼 개념의 춤판이죠."

그렇다면 극장도 새로운 형태가 필요하겠군요

"그렇지요. 연습실, 극장이 모두 그런 개념으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런 곳을 찾을 수 없어요. 그런 장소가 마련되어야겠지요."

84년에 '춤패신'을 창단하여 여러 차례 '굿'형식의 춤판을 벌이셨는데, 여기서 '굿'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굿은 '실현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사람이 살아나가는 것은 자신을 실천하고 실현해 나간다는 의미인데 그러한 행위 자체를 큰 의미의 '굿'이라고 보는 것이죠. 시대가 내려오고 사회가 분화하면서 모든 것들이 나뉘어져서 '굿'의 의미도 '샤먼'적인 의미가 되어버렸어요. 옛날에는 행동하는 것을 '굿한다'고 했어요. 놀러 갈 때도 '야, 굿하러 가자'고 하고 춤출 때는 '굿 치러 가자', 싸우는 것을 '읍영 굿한다'고 했어요. '전쟁'이라는 말이 없었지요. 놀고, 앉아 토론하고 의식행위를 하는 등 모든 행위를 넓은 의미의 '굿'이라고 했지요. '춤'이라는 것은 살아가는 이야기, 삶의 이야기를 몸짓으로 형상화한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넓은 의미의 행위를 춤으로 만든 것이고 그것이 춤 굿이 되는 것이죠.

84년 춤패신을 창단하여 '나눔굿'을 했었어요. 불교 의식무용의 작법을 토대로 해서 '밥을 나누어 먹는다', 즉 밥의 의미가 무엇이고 나눈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다루었어요. 나눔의 의미와 포괄적 굿의 의미가 합쳐진 나눔 굿에서 우리는 서로 나누면서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지요.

85년의 <도라지 꽃>은 정신대 이야기를 다룬 것이에요. 일본인들은 정신대를 '도라지 꽃'으로 비유했었지요. 이 춤판에서 저는 조선여성의 잔혹한 역사를 다루었어요. 외세의 영향 하의 근대 여성사를 다루었지요. 일제 식민지시절부터 해방 후 미군 영향 하의 우리 민족, 6.25를 거쳐 이제는 서양 문화의 영향하에 있는 우리 사회의 여성의 역사를 다루었지요."

선생님의 춤에는 민중의 아픔을 치유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듯 하네요

"그렇지요. 우리를 점검하고 바로 세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춤이지요. 외세에 의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했던 역사 속에서 우리는 몸과 마음이 다 왜곡되어 있어요. 춤을 추는 과정에서 동작 하나 하나에 의한 신체적인 치유요법도 가능하지요."

6월항쟁 때 이한열 열사 추모식 때 거리에 나가 춤을 추셨는데 이 <바람맞이>은 어떻게 시작된 것이었나요?

"'죽음'과 '다시 일어섬'에 초점을 맞추어 <바람맞이>를 추었죠. 6.26항쟁 전, 전국에서 시민들의 움직임이 커져가고 있을 때였어요. 6월 26일 전국적으로 민주화대행진이 일어나게 된 그 날, 우리 학교 학생들이 <바람맞이>공연을 부탁했었어요. 마침 그 날이 출정식이라 그 춤이 '출정식 춤' 비슷하게 된 것이었죠."

1970년대 초 이후 지금까지 민중적 표현 양식을 추구하는 춤을 추어오셨는데요, '민중적 표현양식'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민중적 내용(춤거리)을 민족적 양식(춤틀)에 담는 것이죠. 춤은 자신을 바로 세워서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행위이며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향해 진보적으로 나아가는 행위이기 때문에 민중적 내용을 담게 되는 것이죠. 민중이 외부로부터의 질곡과 시대의 모순에 어떻게 대처해 왔으며 어떻게 역사를 이끌어 왔는가를 춤 거리로 삼았던 것이죠.

춤을 추는 당시에 우리의 삶에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내용을 담게 되지요. 87년의 <바람맞이>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춤이에요. 그러한 춤을 끌어가는 것은 우리의 전통 춤 안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춤사위, 춤의 구조 등에서 말이에요.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우리의 형식으로, 우리 몸, 정서에 맞게 우리의 전통 춤으로 풀어내는 것이지요."

현재의 '승무' 연구작업과 70년대부터 계속 몰두하신 '민중 춤 운동'은 어떠한 맥락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요?

"어려서부터 추어온 승무에 담겨진 사상, 상징성, 구조가 오랜 시일의 결과물로서 체득이 되지요. 춤을 출 뿐만 아니라 정리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어요. 여기서 '민중춤'은 다른 것이 아니에요. 승무는 민중 춤의 기본이며 꽃이지요. 아주 기본적인 춤사위부터 최고의 것까지 전체적으로 아우르고 있는 것이 승무이기에 승무를 출 수 있다면 우리 춤을 출 수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승무를 일반인들에게 가르치시기도 하나요?

"네. 전통춤 회라는 모임에서 가르치고 있어요."

우리 몸짓의 한 마디- 서양 중심의 문화에 반발하며

77년부터 81년까지 유럽순회공연을 하셨는데, 어떻게 계획된 공연이었나요? 그 느낌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4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제민속축제(CIOFF)라는 일종의 문화올림픽이 있어요. 한 번에 70~80개국이 참여하고 있지요. 이런 국제적 축제에서 우리 춤을 소개하고 다른 민족의 춤을 접하면서 춤의 교류가 있게 되지요."

다른 민족의 춤과 교류하는 자리에서 무엇을 느끼시나요?

"우리의 춤은 곡선적이면서 온 몸을 놀리는 전체의 춤이라면 서양의 춤은 직선적이면서 개체개념의 집합이라 할 수 있는 건축적인 춤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함께 하는 우리 춤과 보여지는 것 중심의 서양의 춤. 원의 개념의 우리 춤과 직선 개념의 서양 춤은 여러 가지 면에서 구별이 되지요. 온 몸을 풀어 제치면서 틀에서 해방시키는 우리 춤의 요소는 다른 춤에서는 찾아볼 수 없어요."

세계 순회 공연에서 얻으시는 성과는 무엇인가요?

"외국의 춤들은 들떠있고 직선적이고 닫힌 면이 많아서 한계가 있는 몸짓이라고 생각이 돼요. 그들은 우리의 춤을 보면서 마음을 열고, 교류하려고 하거든요. 그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몸짓 면에서 보면 동양이건 서양이건 우리의 춤 만한 춤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 민족인데 후손들이 잘 해 나가고 있지 못한 면이 많아요."

그만큼 예술가들의 사명이 크겠군요

"그렇지요."

서양의 어떤 안무가는 '춤은 성의 표현이다.'라고 하는데요

"서양 춤은 성적인 면, 특히 성의 국부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면이 있어요. 우리 춤은 내면으로 계속 쌓아가면서 추니까 나이가 들수록 더욱 좋지요. 이러한 우리 춤에는 모든 요소가 포함되게 되지요. 사상적이면서 철학적이고, 성적이면서 또한 민중적인 춤이 되는 것이죠."

현대 사회가 서양의 영향으로 감각적인 대중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사회에서 우리 춤이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해요. 삶의 가치관 자체를 다시 생각해보아야지요. 우리 춤을 그러한 흐름에 맞추는 형태가 되어선 안돼요. 서양에 물든 가치관을 원래대로 되돌려 올 필요가 있어요. 많은 것들이 본질에서 벗어나 있어요. 우리 민족은 훌륭한 민족이었는데 현대를 살아오면서 많은 것들이 망가졌지요."

어떠한 방식으로 가치관을 재정립할 수 있을까요?

"자기 자신을 깨닫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현대인들은 '물신주의'나 싸움의 구조 등에서 보여지듯 마음이 악해져 있어요. 각자가 참사람이 되어야 해요. 선해져야 하지요. 참사람이 될 때 참사회가 만들어지고, 참 몸짓이 나오게 되는 것이죠.
사람은 자연에서 나왔어요. 춤을 잘 출 때 '참 자연스럽게 춘다'고 하지요. 자연의 춤이 될 때, 사는 과정이 자연과 함께 갈 수 있고, 자연의 사람이 될 수 있지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즐겨 추는 테크노 춤 등에 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테크노 춤은 기계적이고, 복종적, 노예적인 춤이에요. DDR도 마찬가지에요. 처음에는 운동도 되고 괜찮겠다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 구요. 몸은 준비되지 않았는데 발부터 나가게 되고, 그래서 다치기도 하지요. 모양에 따라서 발을 놔야 하니까 그것이 노예적이라는 거에요. 서양의 문화제국적인 단면이 나타나요. 굉장히 충격적이에요. 요즘은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그러한 자세로 살고 있어요."

이러한 선생님의 생각을 나타낼 수 있는 통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여러 모임이 있지요. 얼마 전에는 성신여대 여성학 연구소에서 '몸을 통한 여성의 주체적 자아찾기'에 대한 학술토론회가 있었어요. 그때 저는 '춤을 통한 여성의 주체적 몸 인식'이란 발표를 했어요. 강의 시간에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요. 또한 여러 예술 학회나 민속 학회들이 많이 있어요."

사회 속의 춤- 몸으로 공부하기

선생님께서 강조하시는 우리 춤의 '생명성'은 어떤 형식으로 나타나나요?

"생명성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을 의미해요. 춤의 틀이 반복되면서 상생하고 다른 세계를 만들어 나가게 되지요. 서로 함께 살자는 의미이지요."

춤의 사회적 역할은 어떠한 것입니까?

"춤은 사회를 보다 건강한 사회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지요."

춤을 추시는 분들끼리의 모임이 있나요?

"전통춤 회, 학교에서의 교육, 작년에 발표한 '한 맥의 춤' 등이 그러한 역할을 하지요. 한 맥이라는 것은 옛 뿌리로부터 이어져서 바른 몸짓이 나온다는 것이에요. 전통춤 회에서는 이러한 생각을 갖고 춤을 춥니다. 조선조 때 우리 예술의 맥을 정리하신 한성준 님을 중심으로 한성준 춤, 소리 연구회에서는 여러 차원의 예술인이 모여 춤과 소리와 장단을 정리하고 새롭게 이끌어 나가고 있어요. <나눔굿>이나 <도라지 꽃>도 모두 미술, 음악, 춤 잔치의 형식으로 이루어졌지요. 김용태 씨, 임옥상 화백, 최병수 화백, 작고하신 오윤 화백 등 그때 함께 하셨던 분들이 지금까지 예술문화의 주축을 이루며 활동하고 계세요."

에밀레종에 맞추어 춤을 추시게 된 계기도 그 당시 유홍준 씨와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있었나요?

"유홍준 교수도 주축멤버였어요. 1세대 문화운동을 할 때 함께 했었지요. 김지하 씨, 김민기 씨, 이상우 씨, 임진태 씨 등이 그에 속했지요. 80년대에 '춤과 미술의 만남'이라는 서울대 40주년 개교기념행사에서 재정상의 문제로 악사 없이 춤을 추게 되었어요. 그에 대해 미안해하시며 유홍준 씨는 '최고의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춰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해오셨어요. 그렇게 해서 그 당시 정향모 경주박물관장과 유홍준 교수, 내가 작당해서 에밀레종에 맞추어 춤을 추게 된 것이죠. 에밀레종만큼 우리의 민족성을 고결게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문화유산이 없어요."

어떤 느낌을 가지고 춤을 추셨나요?

"신라 이전 우리 민족의 태초로 돌아간 듯한 느낌에서부터 시작했어요. 그렇게 신라를 거쳐 현대로 이어져오는 느낌을 가지고 춤을 추었지요."

과거 선생님께서는 거리에 나가 춤을 추셨는데, 요즘에는 왜 그러한 공연을 찾아보기 힘든 것일까요?

세대나 정치 사회적 구조, 역사적 계기가 달라졌으니까요. 그런 춤은 지금 맞지 않아요. 그 당시는 목숨을 건 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기에 그런 춤이 나올 수밖에 없었죠. 요즘은 모든 것들이 다 잘되는 것 같으면서도 실상 잘 되는 것이 없는 상황이에요. 보다 근본적인 방식으로 들어가야 하지요."

그를 위한 특별한 이벤트는 없을까요?

이벤트적으로 생각하니까 모든 게 제대로 되지 못하는 거에요.(모두 웃음. 질문한 사람은 얼굴 빨개지고.) 이벤트적으로 하니까 모두 일회성으로 끝나버리고 근본적인 일을 하나씩 해 나갈 수가 없어요. 요즘은 너나할 것 없이 학생들을 비롯하여 많은 단체들이 여러 규모의 이벤트성 행사를 치러요. 내용이 빈약한 껍데기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요."

얼마 전에 열렸던 서울 세계무용축제도 하나의 이벤트라 볼 수 있을텐데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에서 여는 축제라면 우리 중심이어야 할텐데, 그렇지 못하고 있어요. '세계축제'라고 할 때 그것이 '서양중심'이 아니어야 함은 분명하지요. 축제뿐만 아니라 학문의 영역에서도 모든 것들이 서양의 뒤를 쫓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요. 우리 것의 토대 위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서양의 토대 위에서 우리 것들을 끼워 맞추는 형식을 취하지요."

그렇다면 우리의 근본은 어떠한 방식으로 찾아갈 수 있을까요?

"직접적인 몸으로 찾아가야지요. 우리의 몸에서 시작해야지요.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서양식으로 태교가 되는 요즘은 그것이 많이 어렵지요. 지금부터라도 느끼고 실천해야 해요. 머리로만 하는 실천이 아니고 몸으로 직접 부딪혀야 해요. 서울대학생들도 모두 공부를 '머리'로만 하고 있어요."

몸으로 하는 공부는 어떤 것일까요?

"몸으로 학문을 해야지요. 수업시간에도 그것을 강조하지요. 머리만 가지고 하는 공부는 반쪽의 공부에요. 살아있지 못해요. 정신을 차려야 해요. 진실되게 온 몸으로 학문을 하는 것이 무엇인가 찾아 나가야지요. 하지만 요즘은 춤도 머리로 추지요."(웃음)

춤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도 모두 머리로 생각하는 춤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직접 움직이는 춤을 배운 적이 없는 것도 문제인 것 같구요

"그렇지요. 모든 교육의 형태가 서양식으로 바뀌어버리고,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시간으로는 체육시간만이 주어져 있는데, 무용은 그나마 체육의 한 분야로 자리잡고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더욱 무용에 거리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렇지요. 사실은 살아가는 것이 다 무용이거든요. (청소하고 있는 학생들을 가리키시며) 이렇게 청소하는 게 다 무용이에요. 일하는 노동의 동작이구요. 청소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에요. 모두 다 수행의 한 방법이지요.
이것 좀 다 내려놓고 잘 닦아봐. 여기서 보면 군데군데 먼지가 푹푹 쌓여 있어. 제대로 한 번 하자. 옳지."(^^)
(선생님께서는 춤이 노동의 동작에서 나온 것임을 강조하신다. 그래서 춤은 삶의 몸짓인 것이고 또 그러해야 한다. 거스름 없는 자연의 일부분의 우리 춤은 그렇게 모든 것과 조화한다.)

되돌아보며 다지기. 상생하기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이라는 무용의 삼분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것도 잘못된 것이지요. 우리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서양의 것을 연구해야 하는 것인데, 모두 다 같은 비중으로 세 등분되니까 잘못되어 있는 것이죠. 자기의 중심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서양의 것들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해요. 어떻게 끌어 안아야 하는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를 보는 것이죠. 빈 관점에서는 어느 것도 잘 될 수 없어요. 지금의 학문도 그러한 면에서 학문연구 방법론의 문제를 가지고 있어요."

그것이 바로 상생의 원리인가요?

"그렇지요. 우리의 춤이 그러한 상생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내 몸소 움직이면서 몸으로 체득되어 고민하고, 의심하면서 관점들이 생기게 되지요."

40여년간의 춤인생에 대한 선생님 자신의 생각은?

"한길로 매진해 왔지요. 하지만 좀 더 하나로 집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다른 일들을 하셨다면 어떤 일들이 있을까요?

"사회인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 있었지요. 다른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춤만 추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머리 깎고 춤추는 마음으로 춤만 추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죠. 70년대부터 사회, 문화 운동이 너무 많이 벌어져 왔어요. 하지만 그것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에요. 복합적인 방식으로 춤을 추어왔지요. 제대로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방식으로 민중들이 선생님의 춤을 접할 수 있잖아요

"그렇지요. 다른 각도에서, 다른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요."

춤을 추실 때 어떤 자세로 임하시는지요. 그 전과 후의 마음상태는...

"춤을 출 때는 마음을 깨끗하게 비워요. 그러다가도 다른 생각이 조금이라도 나면 춤이 틀려지죠. 성실하고 진실하게,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지요.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은 제대로 된 연습실이 하나 생기는 거에요. 제대로 갖추어진 작업실에서 마음껏 춤추고 연구하고 토론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적, 정신적 토대가 제대로 잡혀야해요. 문화예술부분에 후원이 필요한 상태지요. 제대로 된 춤 학과, 춤 연구소, 춤의 터전이 필요하지요. 몸으로 실천하는 학문의 터전이 잡혀야 해요."

어떤 이의 말대로 그녀는 겉보기에 예쁜 춤을 추는 것이 아니다. 전체의 춤, 온 몸을 풀어 제낀다는 우리의 춤은 오히려 손 끝의 한 동작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살아있는 춤꾼 이애주. 어쩌면 우리 모두는 그녀 앞에 많이도 창피하다. 자리를 펴고 앉아 그녀가 춤추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는 우리에게 그녀는 먼저 우리 자신의 몸을 보라고 이야기한다.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힘을 지닌 듯한 그녀의 눈빛은, 이야기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흐를 때 잠깐씩 흔들리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대 인문, 문화, 예술 웹진 미인(www.meinzine.com)에서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Copyleft by mein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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