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만 볼 수 없다' 한국교회 사회개혁 촉구

등록 2001.02.14 12:45수정 2001.02.1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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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예산 선거자금 유입, 새해 벽두부터 자행된 꿔주기식의 정략적 입당, 민생법안의 미진한 처리 등 사회가 극도의 혼란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국 교회가 민주주의를 위한 사회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번 한국 교회의 움직임은 그동안 기독교가 김대중 정권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던 중 나오게 된 것이어서 그 의의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한국 교회는 이번 시국성명 발표를 시작으로 정부에 대한 견제와 압력을 통해 대사회적인 개혁을 촉구하는 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알려져 그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목회자들과 기독교 단체, 평신도들까지도 적극 동참하고 나서 현정부의 사회개혁을 촉구하고 올바른 정치를 열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 교회는 지난달 10일 한국 기독교장로회 총회(총회장 김경식 목사) 차원에서 '국가재정의 선거자금 불법전용을 바라보며'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 현 정권의 부당함과 무지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혀가고 있다.

기장 총회는 성명서에서 "모든 국민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이때 국민의 혈세인 국가재정이 불법적으로 전용되었다는 사실에 참담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면서 "공정한 수사와 처벌을 통해 정치권이 대오각성하여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의 주최로 '개신교 목회자 2000인 시국선언'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기자회견에 모인 목회자들은 "지금은 개혁의 구호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개혁의 실천만이 필요한 때"라며 "현 정부가 과거 독재정권이 뿌려놓은 잔재들을 청산하고 민주주의의 큰 기틀을 세우는 하나님의 거룩한 사업에 충실한 도구로서 기억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한목소리로 충고했다.


관계자들은 국회파행으로 인해 민생법안들이 먼지속에 묻히고 여야간의 정쟁이 난무하는 현시점에서 한국 교회의 시국성명이 나오게 된 이유를 몇 가지로 말한다. 먼저 수평적 정권교체로 탄생한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가 허물어졌다는 점이다.

하나님께서 지난 군사독재정권의 철권 통치 아래서 신음하던 백성들의 기도에 응답하시어 온갖 부정과 불법으로 병든 역사를 고치고 새 역사를 만들어가라는 부르심을 말씀하셨으나 현 정부가 개혁의 구호만 요란했지 정작 실천은 너무도 미비한 것으로 나타나 비난이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명남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일치위원회 위원장)는 "국민의 정부를 표방하고 나온 현정부가 여러 분야에서 진보적이고 발전적인 정치를 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으나 한계에 달했다"면서 "개혁성향을 가진 목회자들이 자리를 함께해 그동안 아껴놓은 목소리들을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목회자들은 또 현 정부는 그동안 한국 교회가 주장해온 인권, 민주화의 잣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실종됐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생존권의 어려움을 겪는 민중들이 늘어남에도 여·야간의 세 불리기에만 급급하고 복잡한 갈등에 대해서 극단적인 대응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해동 목사(인권목회자동지회 회장)는 "과거에는 정통성을 갖지 못한 정권을 상대로 그들의 잘못을 규탄, 반정부투쟁을 전개했으나 현재는 그 대상이 복잡하다"면서 "그러나 개혁적인 목회자들의 힘을 결집해서 정부를 감시, 견제하면서 이번의 시국선언이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서 이바지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목회자들은 목회자들이 직접 사회문제에 개입하게 된 계기는 작년 12월에 인권운동가 13인이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농성하는 곳을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눈으로 현 시국의 문제점들을 확인한 목회자들은 일부 개혁적인 성향의 종교인들이 모여 힘을 모았다. 그 결과로 지난달 8일 기독교, 카톨릭, 불교, 원불교 등 4교단은 종교인 대회를 갖고 국가보안법, 부패방지법, 인권보호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이후로 목회자들은 내부에서 방향을 모색, 시국성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여당으로부터 인권보호법과 부패방지법에 대한 조속한 제정을 약속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총무 정진우 목사는 "이번 2000명 개신교 목회자들의 시국성명은 현 정부에 대해 지지하던 이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는 것, 에큐메니칼 운동이 퇴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목회자들이 모여 발언했다는 점, 21세기 역사방향인 평화, 인권일 수 있도록 역사발전의 좌표를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정목사는 또 "우리 사회가 절차적인 측면에서 민주화가 많이 개선된 것은 인정하나 내용적으로는 후퇴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그 중 국가보안법이 역사상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개혁세력들이 힘을 모아 물꼬를 틀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목회자들은 앞으로 시국성명에 그치지 않고 시위, 기도회, 타종교와의 연대를 통해 활동을 펼쳐 나갈 것으로 알려져 그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목회자, 평신도, 기독교단체들은 2000인 개신교 목회자들의 시국성명을 통해 사회적 역할에 적극 나서는 등 무너졌던 진보의 축을 일으키면서 한국교회의 보수·진보의 두 축을 형성, 한국 교회가 제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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