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운전하는 타워기사 900여 명으로 조직된 전국타워기사노조(위원장 채수봉)가 29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이날 서울 경희대 노천극장, 부산 사상 서부시외버스터미널앞 광장 등 전국 각 지부별로 동시다발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주휴일 보장과 임금인상 등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파업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못 살겠다"...월 280시간 노동, IMF 이전보다 3~40%나 깎인 임금
노조는 △노조 인정 및 단체협약 체결 △일요일 휴무 △임금인상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 준수 △근로시간 단축 등 5대 요구를 내걸고 지난 3월말부터 단체교섭을 해 왔다.
그러나 교섭을 요청한 타워임대업체 121곳 가운데 77개 업체는 단체교섭에 한 차례도 나서지 않았고, 44개 업체만이 전국타워협동조합에 교섭권을 위임, 노조와 교섭을 진행했으나 의견접근을 보지 못해 이날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노조 채수봉 위원장은 이날 경희대에서 열린 서울경기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우리의 요구는 소박하다. 일요일만이라도 쉬면서 가족들과 지낼 수 있게 해 달라는 것과 IMF 이전보다 3~40%나 깎인 임금을 올려 인간답게 살자는 것"이라며 "이같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파업을 벌일 것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실제 타워기사들은 97년말 외환위기를 전후해 대부분 정규직 신분에서 계약직으로 고용형태가 바뀌었고, 임금도 외환위기 이전에 수준으로 떨어져 5~6년 근속한 기사의 월평균 임금이 120~130만원에 불과하다.
또한 계약서상 하루 10시간 근무와 월 2회 휴무가 명시돼 있어 실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당사자 합의 연장근로 상한'을 훨씬 넘는 월 280시간을 근무해야 하며, 여기에 휴일특근, 잔업근무도 강요받고 있는 실정이다.
30일 전국의 타워기사 서울로 서울로
이에 노조는 지난 17일 5차 교섭에서도 의견접근에 실패하자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으며, 중노위는 지난 27일 조정종료 결정을 내렸다.
조정신청 중이던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노조는 재적조합원 950여명 가운데 685명이 투표한 가운데 찬성 635명, 반대 36명, 기권 14명 등 투표조합원 92.7%의 높은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노조는 이날 전국 지부별 총파업 출정식에 이어 30일 오후 2시에는 전국에 있는 타워기사들이 서울역으로 집결, 파업 결의대회를 갖고 5월 1일에는 노동절 집회에 참석하는 등 투쟁의 강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노조는 전체 타워기사 1800여 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노동자가 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전국 700여 개 현장의 공사가 중단될 것으로 내다봤다.
"파업해도 불이익 없나요?" 문의 잇따라... 대체근로 투입 저지 현장감시단 운영
또한 노조는 파업으로 일손이 부족한 공사현장에 대체기사들이 투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2일부터 지부별로 6~7명씩 현장감시단을 운영, 합법파업에 따른 불법 대체근로를 저지해 나갈 계획이다.
노조는 이미 노조원이 있는 각 공사현장마다 공문을 보내 파업돌입 방침과 합법파업에 따른 대체근로는 노동법상 명백한 불법임을 밝히는 한편, 타워크레인 마스터(기둥 역할 하는 부분)마다 파업소식을 담은 안내문을 부착, 혹시라도 투입될 대체기사들에게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파업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회사에서 조합원들에게 전화나 구두로 "파업에 따른 불이익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등의 으름장을 놓자 파업 일주일전부터 노조 사무실에는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조합원들의 문의전화가 잇따랐다고 채위원장은 전한다.
채위원장은 "노동법전을 읽어주면서 중노위 조정을 거친 합법파업이기 때문에 전혀 불이익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안도하는 조합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ID를 '투쟁맨'이라고 밝힌 한 조합원은 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당분간 일 안 한다고 술 마니 드시지 마세요. 내일은 현장 일보다, 국경일보다 더 중요한 날이니까요. 앞으로 죽을 때꺼장 기억에 남는 멋진 날이 되길..."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덧붙이는 글 |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운전하는 타워기사 900여명으로 조직된 전국타워기사노조(위원장 채수봉)가 29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주휴일 보장, 임금인상 등 5대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파업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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