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에서의 '한류'는 과연 어디에?

유행에 만족하면 단기간에 끝날 확률 높을 수도

등록 2001.10.19 02:16수정 2001.10.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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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상해에서 NRG 베이비복스 김조한 하지원의 '한류(韓流)' 콘서트가 열렸다. 최근 계속되는 '한류'의 인기를 더 보탤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8월 30일 출연할 가수들을 태운 비행기가 상해 홍교공항에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상해의 청소년 200여명이 공항에 진을 치고 'NRG'를 외쳐댔다. 가수들이 공항을 떠날 때까지 어떤 학생들은 울며 'NRG'를 외쳤고, 어떤 학생들은 택시를 타고 한국가수들이 탄 차를 뒤따라 호텔까지 갔다.

같은 날 3시쯤 예정된 기자회견은 4시가 넘어서 시작되었고, 100여명의 중국 기자들은 2시간 가량 계속된 기자회견 동안 많은 질문을 했다. 특히 NRG와 베이비복스에게 관심이 집중되며 질문을 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중국신문에는 기자회견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31일 열린 콘서트는 너무나도 의외였다. 장내의 관중은 좌석의 1/3 정도가 찼을 정도였고, 관중석은 거의 비어 있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언론에서는 3, 4만명의 관중이 공연장을 찾았다고 발표했으며, 주최측의 한 관계자는 약 1만 2천명이라고 말했다. 본 기자의 눈에는 5000명을 겨우 넘은 정도였다.

<申江服務導報>의 9월 5일자 신문은 공연당일 예상되었던 도로의 정체와 입구에서의 혼잡함도 없었으며, 암표를 파는 상인조차도 한가하게 거닐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신문은 공연이 관중의 환호로 시작되었지만, 갑자기 내린 비와 익숙하지 않은 한국가수들의 노래로 앞좌석을 차지한 몇 명의 NRG 팬들이 지르는 함성 외에는 조용한 가운데 공연이 진행되었다고 발표했다.

과연 '한류'는 있는 것인가? '한류'는 분명히 있다. 공항에서 기자가 만나본 학생들은 가방에 태극기와 좋아하는 가수들의 얼굴이 새겨진 악세사리를 가득 달고 가수들의 이름을 외쳤다. 한국어로 '사랑해요'를 말할 줄도 안다. 상해 서가회(徐家匯)의 지하상가에서도 '하한쭈(哈韓族)'를 볼 수 있다. 한국 청소년들이 많이 입는 복장을 입고, 가방을 메고, 악세사리를 하고, 머리를 염색한다. 이들의 연령대는 평균 17, 8세. 한창 반항기의 청소년들이다.

92년 한·중 수교후, 한국의 제품 노래 드라마 영화 등 중국의 청소년들에게 한국의 모든 것들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인종과 피부색이 같고, 발달된 경제에서 오는 강한 개성과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문화경향이 강압적인 교육환경으로 인한 반항적인 기질의 청소년들에게 추종의 대상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의 시기가 있었다. 발달된 일본을 모방했었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복장, 악세사리, 노래, 헤어스타일 등을 한국의 청소년들이 모방했다.

지금 중국의 청소년들은 한국의 유행을 모방하고 있다. 땅까지 끌리는 힙합바지, 염색한 머리, 요란한 악세사리 등 어른들의 눈에는 이들이 못마땅하다. 못마땅할수록 이들은 더욱 '반란'을 일으킨다. 물론 이것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이전의 한국 청소년들이 일본을 모방했듯이. 더군다나 중국의 작가나 예술가, 학생들의 튀고 싶은 개성 등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이곳 중국에는 제한되어 있기에 더욱 '반항'한다. 이것이 '하한쭈(哈韓族)'를 만든 계기가 된 것이다.

'한류'는 중국 청소년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또 일본의 드라마에 이미 식상한 이들은 한국의 드라마를 즐겨본다. 일본 노래에 식상한 이들은 한국 노래를 즐겨 부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극히 일부라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한류'를 좇는 중국인들은 대다수가 '반항'하고 싶어하는 청소년이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언론에서는 이 일부를 과대 포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국에서 한 몫잡으려는 한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중국 언론에서도 '한류'에 대한 기사를 계속 보도해서 한국인들을 중국대륙으로 유혹한다. 따라서 포장이 아닌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안목도 필요할 것이다.

'韓流'의 '流'는 유행을 말하고, 유행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중국에서의 '한류'는 한국의 경제가 뒷받침하고 있어 지금은 유행이 가능한 것이고, 중국도 이런 유행들이 많은 한국인들을 중국으로 모이게 하기 때문에 싫지만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의 경제 성장이 나날이 계속되고 있고, 소수이면서 특정세대이며 한시적일 수도 있는 '한류'에 의지해 중국을 찾는다면 언젠가는 이 '韓流'가 '寒流(한류)'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달 뒤인 11월 17일 상해에서 인기연예인 '안재욱'의 공연이 있을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관계자들은 수용인원 6만 5천명이라는 대형 공연장에 2만명의 관중이 들어와도 좋다는 태도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허영과 낭비는 안재욱에 앞서 공연을 가졌던 '한류'공연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또 실패한 '한류'공연의 기획을 맡았던 '상해 ○연출공사'의 과장된 말을 그대로 믿은 한국측의 잘못일 수도 있다.

당시 '한류'공연은 5억5000만원이라는 예산으로 시작해 결국 10억 이상이 소요되었다. 이 사실을 '안재욱 상해공연' 스폰서는 알고 있는지?

이번 안재욱 공연을 위한 예산은 자그마치 6억. 그런데, 이런 대형 공연을 위해 상해에 온 한국측 기획사 직원은 단 한 명. 과연 철저한 확인과 기획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NRG공연의 실패를 거울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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