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다리 좀 오무려요, 역겨워요"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의 '보라' 콘서트

등록 2001.11.20 05:35수정 2001.11.22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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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은 외모에서부터 역시나 파격적이었다. 날씨가 추워지는데 빡빡머리라니. 역시 페미니스트 가수답다. 에일리언의 여전사 시고니 위버를 떠올린다. 페미니스트 가수는 페미니즘으로 무장한 여전사의 모습이지 않을까? 그래서 빡빡 민 대머리가 머리카락에 부여하는 여성성을 파괴한 행동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현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봄에 밀었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고, 선정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그리고 너무나 사람 좋아보이는 인상이라 조금 범접하기 힘들다는 인상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단순해서 더 과격해 보이는 것을 지현은 모르는 것일까.

빡빡머리라 그런지 지현의 나이를 가늠하기가 힘들다. 나이를 물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대충 짐작컨대 20대 후반. 그러나 지현의 이력을 알게 되면 더욱 헷갈릴 수밖에 없다.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은 97년 이미 두 번의 개인 콘서트를 연 베테랑 가수이다. 97여성밴드 '마고'의 멤버로, 98년에는 블루스밴드 '넷이십분'에서 보컬로 활동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굵직굵직한 여성 관련 문화 행사와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발에 고정으로 공연해오고 있다.

이 밖에 부천여성문화제 등으로 수원, 안산, 부산에서 '수다콘서트' 공연을 했으며 각 대학 여성관련 행사에 공연하고 있다. 이제 가수 지현을 어디에서나 '페미니스트 가수'라고 소개한다.

오는 11월23일, 24일 혜화동에 위치한 공연장 안토니아스라인에서 콘서트를 갖는 지현을 만나보았다. 페미니스트저널 IF, 안토니아스라인이 후원하는 이번 콘서트의 제목은 '보랏물 들이기'.

공연이 여자화장실 같다구?

지현은 페미니스트 가수라고 불린다. 지현은 페미니즘을 노래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페미니스트 가수'라는 것이 어떤 의미이냐를 물었을 때 지현은 별로 설명이 없다. 어렵게도 느껴진다는 말에 그렇다면 "그냥 가수 지현으로 불러달라"고 주문한다.


지현은 싱어송라이터다. 이번 콘서트에서도 자신의 자작곡 8곡을 부른다. 대표곡은 '마스터베이션'과 '아저씨 싫어'가 있다. 노래 가사말이 상당히 파격적이이다.

내 손끝이 내 온몸을 따스하게 부드럽게
내 온몸에 숨어있는 내 기쁨을 내 환희를 (마스터베이션 중)


아저씨 그 다리 좀 오므려요 아저씨 그 신문 좀 접어봐요
후끈거리는 허벅지 역겨워서 토하겠어 (아저씨 싫어 중)


하지만 모두 일상에서 지현이 여자로서 살아가면서 사랑하며 부딪치는 얘기들을 노래한 곡들이다.

지현은 자신이 노래로 전달하는 메시지에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 이 말은 굳이 자신의 노래가 대중적이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성모나 엄정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누구나가 좋아하는 가수는 있을 수 없다고 봐요."

지현은 모두를 염두에 두고 노래를 부르지는 않는다. 자신이 페미니즘의 전도사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페미니즘에 동의하고 지향하는 공동체들이 함께 느끼고 나눌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한다.

그래서인지 지현은 여자친구와 같이 온 남자나 얼떨결에 따라온 남자들의 아까운 입장료를 걱정해준다.
"재미 없잖아요. 그리고 '아저씨 싫어'라는 노래가 뭐가 좋겠어요. 다 자기들을 욕하는 것 같을 텐데."

지현의 공연에서는 남자들을 위한 서비스가 없다.
"한 번은 공연 끝나고 남자들이 나가면서 '여자 화장실' 같다고 하더라구요. 남의 행사에 와서 그러는 게 기분이 좋을 리 없잖아요."

채도가 다른 세 가지 보랏빛

지현의 이번 콘서트는 11월23일, 24일 양일 간 세 무대로 진행한다. 첫 번째 무대는 붉은 보라 '불을 질러봐!', 두 번째 무대는 연보라 '女·情·多·感', 세 번째 무대는 보라·보라·보라 '여성주의 뮤지션의 역사만들기'이다. 각 무대마다 다 같은 보라이지만 보라의 채도가 다르다.

'붉은 보라'는 열정의 무대로 한바탕 신나게 미친 듯 놀 수 있는 파티의 자리이며 '연보라'는 따뜻한 무대로 음악과 이야기가 함께 하는 차분하고 따뜻한 무대, 연보라빛 자애애가 있는 무대이다. 마지막으로 '보라·보라·보라'는 활기찬 무대로 페미니스트 가수 안혜경, 여성 랩그룹 'WWW', 여성주의밴드 '무슨 연구소', '아작'이 한자리에 모여 여성들의 마당을 펼친다.

이번 콘서트의 색깔인 보라색은 사실 페미니스트 운동에서 사용한 컬러이다. 지현은 보라색에 대해 "매력적인 색이고 페미니스트 색이라 좋아한다"고 짧게 대답한다. 하지만 공연 팜플렛에서 지현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보라색은 선뜻 선택하기 힘들었던 색이었지요. 누군가가 가장 좋아하는 색을 물으면 빨강이나 파랑이라고 대답하곤 했지요. 괜히 두려웠나봐요. 유혹이 너무 강해서, 깊이 매혹적이라 망설이게 되는 색, 그게 보라였어요.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건 그런 것 같아요. 나한테 보라가 그랬던 것처럼. 일단 대답하고 나면 그 아름다움에 행복해질텐데도 말이에요.'

지현이 보라색을 좋아한다고 말하기 힘들어 했던 것처럼, 흔히 여성들은 여자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싫어하는 걸 싫어한다고 말하지 못할 때가 많다. 지현은 마치 염료가 천을 물들이듯 관객들의 가슴에 자신의 보라색을 물들이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따뜻한 자매애와 여성주의 문화가 가능성이 있고 풍요로울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나누고 싶다고 한다.

한번 지현이 내뿜는 보랏물로 발을 담그고 손을 담그고 온몸을 적셔보자. 그리고 세상을 향해 뿌려도 보자. 보라 물감은 무진장 준비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 '보랏물 들이기' - 페미니스트가수 지현의 콘서트

언제?           11.23(금) 오후7시30분-9시 
                11.24(토) 오후3시-4시30분 오후7시30분-9시30분
어디서?         혜화동 안토니아스라인 (02-747-5695)
누가?           지현 & Company 
도와주신 분들!  페미니스트 저널 IF, 안토니아스라인
티켓문의        박진창아(016-699-4970) 서정인 (016-736-1519)

첫번째 무대 (11.23 금 7시30분)
▷▷▷붉은보라 - '불을 질러봐!'

두번째 무대 (11.24 토 3시)
연보라 - '女·情·多·感'

세번째 무대 (11.24 토 7시30분)
보라·보라·보라 -'여성주의 뮤지션의 역사 만들기'

덧붙이는 글 '보랏물 들이기' - 페미니스트가수 지현의 콘서트

언제?           11.23(금) 오후7시30분-9시 
                11.24(토) 오후3시-4시30분 오후7시30분-9시30분
어디서?         혜화동 안토니아스라인 (02-747-5695)
누가?           지현 & Company 
도와주신 분들!  페미니스트 저널 IF, 안토니아스라인
티켓문의        박진창아(016-699-4970) 서정인 (016-736-1519)

첫번째 무대 (11.23 금 7시30분)
▷▷▷붉은보라 - '불을 질러봐!'

두번째 무대 (11.24 토 3시)
연보라 - '女·情·多·感'

세번째 무대 (11.24 토 7시30분)
보라·보라·보라 -'여성주의 뮤지션의 역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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