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가는 아이들 - 3월 이야기

등록 2002.03.11 09:26수정 2002.03.1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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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숲에 먼저 온답니다.
우리도 봄을 쫓아 숲으로 갔습니다.


"치! 꽃도 없잖아. 나비도-"
금방 입을 비죽거리는 아이들.
아이들에게는 이른봄이 조금 낯설었나 봅니다.

몇 번의 봄비에
물이 오르고 있는 나무들을 보았습니다.
온 몸에 힘을 주고서 우두둑 툭툭!
마른 껍질를 열심히 뜯어내고 있습니다.

"야- 나무는 참! 힘이 세구나"
나무들도 어서
예쁜 봄옷으로 갈아 입고 싶은가 봅니다.

낙엽을 열고 촉촉한 땅을 헤치던 아이들은 신이 납니다.
"여기 있다! 내가 찾았어."
쑥쑥 자라는 쑥이 있고,
다섯 손가락으로 햇빛을 모아 잡는 가락지 나물이 있고...

"어? 손끝에 까만 물이 드네."


진달래의 분홍, 찔레꽃의 빨강, 산벗나무의 하양.
고들빼기의 노랑, 풀잎의 초록,
그리고 나뭇가지의 고동.
살아 있는 땅, 그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별별 색깔들이 다 섞여
그렇게 까만 물이 들었나 봅니다.
까만 흙이 되었나 봅니다.

이 쑥 뜯어다가 떡 해 먹을까?
쑥버무리, 쑥 송편, 쑥 절편...
아니면 증편 위에 얹어서
예쁜 그림 만들까?


에이- 아니다 아니다.
그냥 놔두자.
쑥이든 나물이든, 예쁜 꽃이든
제 모양 제 크기로 마음껏 자라게.

이 다음 바람 불면 꽃이 피겠지?
꽃향기 쫓아 쫓아 나비도 날겠지?
흰나비, 노랑나비 찾아오면은
우리도 찾아와서 친구 해야지...

바람은 큰 나무 가지에 앉아
이리저리 그네를 타다가
아이들 얼굴 위로 폴짝폴짝 뛰어 내립니다.
간질간질 재잘재잘 놀자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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