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하나만 받어가유"박주미
"명절인디 모아 놓은 돈이 없어서 손주들 오믄 용돈이라도 줄라고 이러구 있지."
명절에 놀러 올 손주 녀석들에게 용돈 좀 많이 쥐어주고 싶은 마음에 김할머니(67)는 난생처음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받아가는 사람이 몇 없어 혹시나 일당을 못 받지는 않을까 걱정이지만, 손주들 생각에 고되지는 않다며 성근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신탄진 사거리에 원래는 굴다리가 있었다. 굴다리 아래가 장사꾼들에게는 명당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굴다리를 폐쇄하고 철도공사를 하는 바람에 좁다랗게 임시 통로가 생겼다. 여지없이 그 통로도 시장통이 되었는데, 명절장에 그 공간이 여유 있을 리 만무하다.
그 길 따라 비비적대며 이동하는데 어쩐지 행렬이 멈춰버렸다.
"왜 이런댜?" "왜 안 가는 겨?"
웅성거리는 사람들 너머로 간신히 내다보니 허리 구부정한 노부부가 종이 박스를 한 짐 실은 '리어카'를 끌고 온다. 기찻길을 사이에 두고 앞동네, 뒷동네로 구분되는 지역이라서 그 길 말고는 넘어올 길이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 눈총에 "미안해유! 미안해유!"라고 외치며 버둥버둥 지나오는 그 양반들도 발 묶인 이들만큼이나 답답했을 터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시방 추석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두 노인네 밥이라도 먹고 살라믄 난리통이라도 일해야 할 처지여."
의지할 자식이 없어 종이 박스 주워 날라 근근히 먹고산다는 노부부는 명절 분위기에 무심한 척하면서도 서운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