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인간 복제는 일부 과학자들의 오만

지난 3일, <복제 인간 소식을 접하며> 성명서 발표

등록 2003.01.09 02:06수정 2003.01.0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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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의(안명옥 주교, 이하 주교회의)에서는 <복제 인간 소식을 접하며>란 제목으로, 지난 12월 26일 유사 종교 단체인 라엘리언 산하 클로네이드사가 인간 복제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아기가 태어났다고 밝힌 것에 대한 성명서를 냈다.

주교회의는 "우리는 최근에 도덕적 불감증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하나의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라며 "복제 인간이 태어났다는 소식에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리고 '복제 인간'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며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인간 복제는 난자와 정자의 결합 없이도 인간 생명의 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 생명의 시작은 남녀의 결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인식과 더불어 살아왔고, 이러한 인식의 지평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보편적인 가치로서 확고하게 인정되어 왔다. 그런데 인간 복제의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남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기존의 인식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고, 인간 생명의 출현은 인간의 조작 또는 개입에 의해서도 가능하다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인간이 인간의 생명에 개입할 수 있는 조작과 기술의 가능성이 점점 더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인간의 복제를 가능하게 하는 또 다른 생명 조작 기술의 발표는 우리를 혼란과 충격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

이어 "우리는 설마 인간을 대상으로 한 복제 실험이 과학의 진보라는 이름으로 시도되지는 않으리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번 복제 인간의 소식을 접하며 이들에 대한 우리의 신뢰는 산산조각 나고 말았고, 현실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너무 순진했었다는 자괴감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전했다.

주교회의는 언론의 '부도덕한 일', '생명체의 유린',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위험한 처사', '결혼의 숭고함을 파괴하는 죄악', '가정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악폐를 몰고 올 일', '인류에게 수많은 재앙을 가져다줄 것', '특정한 집단이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기위해 저지르는 범죄 행위', '윤리 원칙이 결여된 잔인한 정신상태의 노출',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종교적, 문화적 충격을 강요하며', '신이 창조한 인간성의 불균형을 야기할 것'이다는 등의 반응을 근거로, "자연스럽게 인간 복제를 하는 실험의 금지 또는 저지를 위한 입법화와 제도적 장치의 마련, 위원회 또는 기구의 구성과 같은 대안 제시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는 "인간 복제 실험과 관련하여 제도와 법규의 제정도 시급하고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과학자들의 건전한 양식과 건강한 상식이 필요하다"며 "인간을 복제하는 어떠한 실험고 즉각 그리고 조건 없이 중단할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인간의 고통을 덜어 준다는 미명 아래 다른 인간을 그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

주교회의는 또한 "과학 역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자유와 자율성을 담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과학과 기술 발전이 인간의 존엄성을 목표로 삼을 때 도덕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교회의는 지난 해 11월 말,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천주교 의견서'를 복지부에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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