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거리에서 전쟁반대 파병반대를 외칩니다

등록 2003.04.01 00:00수정 2003.04.0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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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 오후 반전평화민중대회가 열린 종묘공원을 조금 늦게 찾았다.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 어린이들과 어머니들이 피켓을 들고 돌바닥에 빙 둘러앉아있는 모습을 보게되었다. 전쟁과 파병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한 현수막에는 <한국 이라크반전 평화팀 지원연대>라고 써있었고, 겨레아동문학연구회등 몇몇 어린이단체가 함께 모인 자리였다. 동화작가 박기범씨가 이라크에 가서 반전메시지와 함께 현지상황을 계속 보내오면서 반전운동을 함께 하는 학부모들이 자녀들과 같이 나와 만든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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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공원에서 전쟁반대 피켓시위하는 어린이들 ⓒ 박용훈


이들은 잠시 후 바로 뒤쪽 계단식으로 되어있는 아주 작은 광장으로 자리를 옮겨앉았고 준비해 온 반전, 평화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전쟁반대 파병반대!"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이라크 반전평화팀에서 보내온 단신들을 읽기도 하였다. 근처의 노인들중 "학교에서 공부나 하지 이런 데는 무엇하러 나오느냐"고 얹짢아 하는 분도 있었으나 몇년전 어른들의 반응과 비교하면 많이 완화된 모습이었고 어린이들을 옹호하는 분들도 있었다. 아이들과 어머니들은 할아버지들께 인사도 하고 말도 건네면서 이 작은 갈등국면을 비교적 편안하게 해소하였다.

어린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반전평화를 외치는 동안 한 어머니가 하얀 긴 천에다 평화메시지를 담은 그림의 큰 틀을 능숙한 솜씨로 그려나가기 시작하였고 밑그림이 완성되자 어린이들은 붓을 들고 하얀 천을 따뜻한 색깔로 채워갔다. 다른 여러 장의 천에도 아이들이 평화를 담은 마음을 그려넣기 시작했고, 우리가 어렸을 때 어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한 어머니는 이제 갓 초등학교를 다니는 듯한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전쟁반대"라는 글자를 걸개에 써 넣기도 하였다

반전 집회행렬이 광화문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자 어머니들은 이들과 같이 행동하기 위하여 서둘러 그림을 마무리하고 피켓과 현장에서 만든 걸개그림들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어린이들은 손에 피켓등을 들고 거리를 걸으면서 시민들을 향해 "전쟁반대, 파병반대", "우리 삼촌들을 이라크에 보내지 마세요"라고 외쳤다. 한 어린이는 NO WAR YES WAteR 라고 씌여진 셔츠를 입고 있었다

가까스로 행렬뒤에 붙기는 하였으나 어린이들이 걸음이 느려 행렬과 다시 떨어졌다. 경찰지휘선이 행사행렬이 지나간 것으로 판단하고 그랬을지는 모르겠으나 도로중앙에 늘어서있던 전경들이 인도쪽으로 압박해들어오면서 어린아이들 행렬과 마주쳤다. 일행중 한 젊은 남자가 거세게 항의를 하였고, 행진은 계속되었다.

진행을 맡은 한 어머니가 아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려는 듯 도열한 전경들을 향해 마이크를 대고 "오늘도 전경아저씨들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고,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라는 멘트를 하기도 하였다. 이날 행사를 진행용인듯한 차량이 뒤늦게 어린이들의 행진을 보고 차량으로 호위하였고 어린이들은 계속 "전쟁반대" "파병반대"를 외치며 걸었다. 어머니들은 어린이들이 그린 긴 걸개를 전경들의 코밑에 바짝 붙여대고 걷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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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고통받는 모자를 그린 포스터를 든 어머니 ⓒ 박용훈


전체 행사대열이 오래 대기하게 되자 어머니들은 서있는 공간에서 아이들과 줄잇기 놀이등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아이들의 기운을 북돋았다. 진행차량이 마이크를 제공하자 이라크에서 박기범씨가 보내온 긴 반전평화의 메시지를 읽어내려갔다. "...우리는 바그다드에서 똑똑히 보았다. 너무나 평화로이 살아가는 사람들, 친절하고 순박한 사람들, 그이들이 아무런 죄없이 죽어가고 있다. 맑은 눈망울로 우리를 따르던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야만스러운 침략군의 포탄아래에 끔찍하게 죽어가고 있다. 한국 국회는 정녕 무고한 이들을 죽이는 이 전쟁에 동맹군을 보내려 하는가..."(cafe.daum.net/gibumiraq)

광화문에 도착한 후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하나 둘 아이들이 초에 불을 붙였다. 잠시 그렇게 앉아 있다가 어머니들은 다음에 다시 모이기로 하고 그날의 공식모임을 해산하였다.

어린이들과 어머니들은 행사자리를 떠났지만 그들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그들의 외침들이 계속 살아 울려퍼진다." 전쟁을 그만 두세요" "이라크 어린이들을 살려주세요" " 우리 삼촌들을 이라크에 보내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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