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입대제, 친구에서 원수되기

등록 2003.05.30 19:29수정 2003.05.3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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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육군에서 시행중인 '동반 입대제'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동반 입대제'란 친구 2명이 함께 입대해 같은 내무반에서 군대생활을 할 수 있는 제도이다. 친구란 무엇인가? 오래도록 사귄 벗이자 함께 있을 땐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는 그런 존재가 아닌가.

고달픈 군생활을 함께 할 친구가 있으니 이제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 따윈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친구들이 모여 입대하기전날까지 밤새도록 술을 퍼마시던 시절도 옛 추억으로 남겨질 것이다.

하지만 그리 환영할 만한 제도는 아닌 듯싶다. 무릇 장기여행을 떠남에 있어 친한 친구랑은 함께 하지 말라는 철칙이 있다. 오랫동안 낯선 환경에서 겪어야할 이런 저런 일들에 차츰 짜증이 나기 시작하고 그러다보면 서로에게 화살이 돌아가 결국은 헤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친구와 함께 장기여행을 떠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 봤을만한 일이다.

무한한 자유를 느끼며 떠나온 여행이 이럴진대 하물며 통제된 사회에서는 어떠할까.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통제된 생활을 하게 되면 아무리 친한 우정이라도 얼마 안 있어 금이 갈 위험이 크다. 바로 군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선임병들의 갈굼과 편애 때문.

당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편향적인 갈굼의 고통. 이는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할지라도 쌓이고 쌓이다 보면 결국엔 풀지 못할 매듭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자칫 함께 있을 때 오히려 더 두려워 오래도록 보기 싫은 벗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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