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신문> 51주년 기념호 '첨성대' 란에서 이은지 편집실장은 북측의 남측 보수단체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과 그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는 정부를 질타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신뢰구축은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이 실장은 북측 기자들의 '다른 견해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이 부족한 닫힌 자세를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이 실장은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함으로써 '다양성'을 강자에게만 유리하게 조작하여 타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다양성의 존중이란 상대의 존재와 개개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즉, 서로 다른 존재에 대한 관용의 정신으로서 똘레랑스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그의 정치적·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을 뜻한다.
그러면 당시 충돌의 단초를 제공한 보수단체들의 기자회견은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었는가? 그들이 펼친 현수막에는 '김정일 타도하여 북한주민 구출하자', '김정일이 죽어야 북한동포가 산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비판하는 차원을 넘어 북한의 정권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인 똘레랑스는 상대의 존재를 부정하며 다양성의 말살을 기도하는 앵똘레랑스와는 공존이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국인 북한의 정치와 체제를 무시한 보수단체들의 행태는 이념을 초월하여 하나가 되는(Dream for Unity) 스포츠 정신에 배치되는 배타적인 태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 실장은 갈등의 원인이 된 사건의 맥락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찰도 하지않은 채 북측 기자들이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이해하려는 자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난했다. 여기서도 이 실장은 북측 기자들이 충돌 이전에 보수단체에 항의의 의사를 표시하여 5분여 시간동안 갈등을 조정할 여지가 있었음을 고려하지 않았다.
필자는 오히려 '서로에 대한 신뢰구축으로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은지 실장에게 묻고 싶다. 국제 스포츠 제전의 취지에 어긋나게 신뢰의 기본인 예의도 지키지 않은 몰지각한 보수집단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냐고.
심지어 보수단체들이 주최한 광화문 집회에서 인공기훼손을 저지하려는 경찰을 집단 린치하는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언론은 이에 대해 쉬쉬하고 있지 않은가. 만약 U대회에서 진보진영이 반미 시위를 벌였더라도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 운운하며 관대한 태도를 보였을까?
다양성이 지배권력과 기득권 세력을 위한 위장된 구호로 전락해 있는 한 우리 사회가 표방하는 '자유 민주주의' 또한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존재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가능성을 존중하는 가운데서 발전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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