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버블, 결국 위기로 이어지나

등록 2003.10.05 10:06수정 2003.10.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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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경제가 정상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우리나라의 골프 애호가들이 동남아는 물론이고 일본으로까지 몰려들었고 일본의 골프회원권이 인터넷으로 활발하게 매매되는 중이다. 김포공항에서 하네다공항으로 주말마다 셔틀비행기가 뜨고 일본의 그린피가 우리보다 저렴하니 개인적으로야 제주도에서 치는 것보다 당연히 현명한 선택이다.

그러나 우리경제가 일본경제보다 규모로는 10분의 1, 1인당 소득으로는 3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행태는 거품으로 97년의 경제위기 직전처럼 우리경제의 능력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이것만이 거품은 아니다. 많은 가족들이 자녀교육을 위하여 ‘기러기 아빠’만을 남겨둔 채 미주나 호주 등으로 몰려나가면서 힘겹게 수출로 벌어들인 외자가 상당 부분 소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놀라운 일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야 설사 투자이민을 권해도 응하지 않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이민 신청이 쇄도하는데도 자금출처만 확인되면 아무런 한도제한 없이 외자유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양질의 해외자본 유치가 자본자유화시대의 최우선 정책과제이고 불과 수년 전에 외환위기를 겪었던 나라임에도 자본자유화의 거센 물결을 헤쳐 나가려는 지혜나 정책능력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부동산 버블, 새로운 위기의 시작이다

위기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97년의 IMF 위기가 이른바 세계화를 내걸면서도 기업부문의 과잉투자에서 비롯된 대외부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여 촉발된 외채위기였던 반면 지금은 부동산담보 및 카드대출 등 가계부문의 대내부채 과잉이 야기하는 부동산 버블이 새로운 위기를 잉태하고 있다.


이미 엄청난 버블이 형성되었고 지금도 계속 팽창하는 중이다. 강남의 30평 아파트 제조원가가 정상이윤을 포함하여 2억3천만원(건축비 평당 3백만원씩 9천만원과 대지지분 10평 값 1억4천만원)에 불과하나, 시가는 원가의 4배 가까운 8억원대에 달한다. 미쳐도 한참 미친 가격이다.

물론 ‘참여정부’의 경제팀이 여러 차례 응급처방식의 행정대책을 내놓았으나, 가격을 원래대로 되돌려놓을 만큼 실효성을 가지는 경제정책은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시가에 기초하여 가격하락이 가능한 강도로 보유세를 강화하지 않는 한 전국적인 버블확산의 경제적 요인이 차단될 수 없으며, 가격폭등의 진원지인 강남을 수도권 어디에서건 지원할 수 있는 공통학군으로 만들고 강남 소재 유명학원들을 판교 등 여러 지역으로 분산 유도하지 않는 한 경제외적인 특수가격요인을 해소시킬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부동산버블을 뇌관으로 하여 비록 경제위기가 금명간 닥친다고 확언할 수는 없겠지만, 경제위기의 가능성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일본의 버블경제, 남의 일만은 아니다

일본의 버블경제 파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일본 동경의 부동산 값은 91년에 최고로 치솟았으나 지난 10여 년간 계속 급락하면서 일본경제를 끝없는 불황의 늪에 빠뜨렸고 일본의 정책담당자들은 지금까지도 전전긍긍, 마땅한 처방을 내리지 못하는 가운데 현재의 복합불황이 앞으로도 10년 이상 더 지속될 것을 두려워한다.

일본의 4, 50대는 대부분 버블형성 전에 은행대출로 아파트 등 주택을 구입하였고 그동안 원리금을 꼬박꼬박 갚아왔으나 아직도 은행대출금이 남아있는 상태이며, 그 중 일부는 지금 아파트를 처분하더라도 대출금 잔액조차 갚을 수 없는 ‘깡통아파트’신세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이미 어려운 지경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일단락된 후 선진국 및 여타 경쟁 상대국의 경제는 점차 개선되고 있는 반면 우리경제는 유독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중 교통사고율이 가장 높음에도 금년 들어서는 생활고와 빚더미 등에 짓눌려 자살한 사람이 오히려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많아졌다고 한다.

참여정부 경제팀은 그나마의 경기라도 회복시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이제까지와는 달리 카드대출 등 가계부문의 대출확대를 조장하려고 지금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버블경제라도 괜찮으니 우선은 좋은게 좋다는 식의 경제 운용이 이른바 ‘개혁의 말을 타고 가든지 아니면 지고 가든지’상관 말라면서 취임초에 그토록 자신만만했던 참여정부 경제팀의 진면목인가.

참여정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인가

지금 일본의 금융경제계는 버블불황의 주범색출 등을 둘러싸고 5가지 죄목으로 이를 주도한 8명의 A급 인사들을 공개 문책하는 상황이다.(주간新潮 2002.8. 참조) ‘버블 과열의 죄’는 버블기에 금융완화를 주도한 스미타 사토시 일본은행 총재, ‘버블수습 실패의 죄’는 공적연금 및 우편저금 등을 동원하여 주가하락을 인위적으로 떠받친 미야자와 키이치 수상, '금융불안 야기의 죄’는 금융위기 관련 정보를 은폐한 하시모토 류타로 수상, 아오시마 유키오 도쿄도지사, 사이토 지로 대장성 사무차관과 망해야 할 은행에도 공적자금을 투입토록 심사한 이마이 타카시 경단련 회장,‘구조개혁 지연의 죄’는 가능한 한 개혁을 뒤로 미뤄 온 타케시타 노보루 수상(사망),‘진정한 경제대책 태만의 죄’는 효과적인 경기부양책은 팽개치고 개혁에만 손을 댄 고이즈미 준이치로 수상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아직은 진행형의 버블상황이나 이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참여정부의 누군가도 버블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은 아닐까. 아직까지 부동산 버블 하나 제대로 갈무리 못하는 형편이니 '동북아중심국가'나 '개인소득 2만달러 시대'와 같은 참여정부의 경제명제가 왠지 낯선 구호로만 들린다. 어느 때보다 큰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 출범한 참여정부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오만과 독선으로 결국 ‘일그러진 영웅’으로 전락하고 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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