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단체 "노동자 죽음, 정부보다 언론에 더 큰 책임"

8개 언론단체 노동현실 관련 시국선언

등록 2003.11.04 17:35수정 2003.11.0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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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언론노조,기자협회, 방송프로듀서연합회 등 언론단체는 4일 오전 서울역광장에서 언론계 비상시국선언을 통해 '친자본 수구 족벌언론의 자본가 편들기 중단', '손배소 가압류 조치 해지','비정규직탄압 중단' 등을 촉구했다.
민언련,언론노조,기자협회, 방송프로듀서연합회 등 언론단체는 4일 오전 서울역광장에서 언론계 비상시국선언을 통해 '친자본 수구 족벌언론의 자본가 편들기 중단', '손배소 가압류 조치 해지','비정규직탄압 중단' 등을 촉구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최근 노동자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들 죽음의 책임이 언론에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아울러 노무현 정부가 나서서 손배소송, 가압류 조치 등 노동탄압정책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을 포함한 8개 언론단체들은 4일 “언론의 ‘노조죽이기’ 행태에 우리의 노동자들은 타살됐다”면서 “수구언론은 반노동적 보도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한 ‘손배가압류·노동탄압 분쇄,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언론계 시국선언’에서 자본의 논리만을 대변하는 수구언론들의 보도행태를 꼬집으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명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절망감에 빠져 세상을 등지고 있다”며 잇단 노동자 자살의 책임을 노무현 정부에 돌렸다. 이 이사장은 “하지만 이같은 정부나 재계의 입장만을 여과없이 전달하는 언론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자본에 예속돼 노동자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는 언론은 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포츠조선 사태 항의집회 이어져

▲ 4일 낮 조선일보 편집국 건물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언론단체 회원들.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참석자들은 시국선언을 마친 뒤 코리아나호텔 뒤편에 위치한 조선일보 광화문 사옥으로 장소를 옮겨 스포츠조선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조선일보가 일말의 책임이라도 느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한 스포츠조선 노조원 성희롱과 관련해선 △ 하원 스포츠조선 사장 파면 △ 성희롱 연루 간부 징계 △ 단체협약에 성희롱 예방규약 마련 △ 사내 성희롱 예방 교육 실시 등을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스포츠조선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될 때까지 매일 정오 같은 장소에서 항의집회를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 최한성
신학림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사익추구 집단인 조중동은 현대차 노조가 1년에 165일을 쉬고, 1인당 6천만원 이상의 고액연봉을 받는다고 전하고 있다”며 언론의 노동현실 왜곡을 문제삼았다.

신 위원장은 “고 김주익 열사는 기본급 105만원, 그나마 손배·가압류로 한 달에 15만원밖에 가져가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노동자들이 죽어간 현장을 직접 방문해 수구 족벌언론의 요구로 만들어진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이 과연 제대로 된 것인지 검증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특히 “많은 노동조합들이 손배·가압류로 인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노무현 대통령은 공공부문에서부터 손배소송과 가압류를 철회하고 노동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택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회장은 언론차원의 반성에 앞서, 그동안 노동자들을 외면해온 현업 언론인들이 먼저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마땅히 고발해야 하지만, 우리 언론인들은 다수 노동자들과 떨어져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오늘을 기점으로 답답한 노동현실을 바꾸는 데 진력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윤원석 인터넷기자협회 부회장 역시 “기자들은 지면부족과 여타 사건이 많다는 핑계로 노동현실을 알리는 데 인색했다”며 언론인들을 직접 비판했다. 윤 부회장은 이어 신효순·심미선양 죽음으로 시작된 촛불집회를 예로 들며 “조중동이 노동자들에게 등을 돌려도 결국 국민들은 진실을 알고 일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했을 당시와 비교해 변한 것이 무엇이냐”며 한국 노동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김 회장은 “감성적인 논조로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언론은 반성해야 한다”면서 “더이상 자신의 목숨을 끊는 노동자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 모두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시국선언에 참여한 언론단체들은 한국사회를 ‘자본 독재 사회’로 규정하고,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들을 외면한 언론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을 공동으로 밝혔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수구 족벌언론들은)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 앞에서도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단순사건보도로 몰아가고, 노동계의 ‘극한투쟁’을 부각시켜 노동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와 언론에 △ 공공기관의 손배소송, 가압류 조치 즉각 해지와 손배소송, 가압류 금지 △ 비정규직 차별과 노동기본권 행사에 대한 탄압 즉각 중단 △ 친자본 수구 족벌언론에 의한 반노동자적 보도작태 즉각 중단을 각각 촉구했다.

한편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시국선언 말미에 노동 적대적 언론보도에 대한 민주노총의 안일한 대응을 문제삼았다. 최 사무총장은 “노동자들은 노동현실에 대한 언론의 사실왜곡과 편파적인 보도행태에 항거하며 죽어가고 있지만, 민주노총은 이같은 언론을 바로 세우는 데 함께 하고 있지 않다”며 노동계를 비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조선일보 기고를 예로 든 최 사무총장은 “노동계가 언제까지 수구 족벌언론을 활용하겠다는 생각에 빠져있을 것인가”라고 물은 뒤, 언론계와 마찬가지로 노동계도 자기 반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계의 자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취재기자가 취재수첩에 기록하고 있다.
언론계의 자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취재기자가 취재수첩에 기록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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